[기고] 물가상승률은 2%대로 둔화했지만, 농산물값은 천정부지 ‘고공 행진’

2025-02-05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  지난 연말 들어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완만한 둔화세를 그리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집계됐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3.4%로 전달보다는 상승 폭이 0.3%포인트나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넉 달째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는 신선식품 물가다.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가 한파 등 영향으로 14.4% 상승했는데, 특히 신선과실은 28.5% 올라 2011년 1월(31.9%)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일 발표한 ‘2024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100)로 지난 달 112.71(2020년=100)보다 0.4%. 지난해 같은 달 110.07(2020년=100)보다 2.8%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4%로 바닥을 찍은 이후 다음 달인 8월 3.4%로 반등했고, 9월 3.7%, 10월 3.8%, 11월 3.3%, 12월 3.2%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7월 2.4% 이후 6개월 만에 2%대로 재진입했다.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이어졌다. 지난해 12월의 상승률이 3.2%였는데, 올해 1월 2.8%로 0.4%포인트 낮아졌다.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이어졌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같은 기간 2.6% 오르면서 이 역시 상승률이 전월 3.1%보다 둔화했다. 이렇듯 전체 평균 물가 상승률은 2.8%로 정부의 올해 전망치 2.6%에 근접하며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물가 상승률을 2%대로 내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품목은 석유류였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5.0%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21% 포인트 떨궜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설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5.4% 급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59% 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산물은 지난해 12월에도 15.7% 급등했었다. 두 달 연속 15%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고공 행진하고 있다. 특히 과일·채소 가격은 폭발적으로 급등했다. 파 60.8%, 사과 56.8%, 토마토 51.9%, 배 41.2%, 귤 39.8%, 딸기 15.5%씩 올랐다. 쌀값 상승률도 11.3%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률 평균치 2.8%를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물가 상승폭 둔화 추세에도 체감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수치 상으로는 물가 상승률이 6개월 만에 2%대로 다시 내려왔지만 이는 기저효과의 탓이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대 안착은 착시 현상일 수 있다. 게다가 가계의 체감물가인 생활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올라 3개월 연속 상승률이 3%대로 여전히 높다.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최근 12개월간의 물가 상승률을 의미한다. 1월 물가가 전달보다 0.4% 뛰었음에도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낮아진 것은 2023년 1월에 전월 대비 0.7%나 오른 것이 이번 ‘12개월 상승률’ 집계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기저효과인 셈이다. 물가가 하락하는 것과 단지 물가 상승률만 둔화되는 것은 별개의 개념으로 구분해 봐야 한다. 물가 상승 부담은 지속적으로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1월 기준 최근 3년간의 물가상승률은 12%에 이른다. 그런 가운데 여전히 평년보다 가파르게 물가가 오르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체감물가 상승률은 훨씬 가파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2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중동 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등 2∼3월 물가가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역대 최대 규모인 840억 원을 투입해 물가 누르기에 나서고 있음에도 신선과실 물가가 13년 만에 최대폭 상승하는 등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물가 불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정부는 16개 설 성수품 평균 가격을 전년보다 낮게 유지하는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배 등 가격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 100억 원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올해 사과·배 계약재배 물량도 8천 톤(t) 확대해 향후 수급 불안에도 미리 대비하기로 했다. 작금의 체감물가 상승은 농산물이 주도하고 있음을 정부는 각별 유념하고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입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가 1월 중순부터 상승 전환해 배럴당 82.4달러(지난달 31일)까지 오르는 등 석유류 가격도 들썩일 조짐이다. 더구나 앞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얼마나 낮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지난해 성행했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제품의 중량을 줄이는 꼼수)’같은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이나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 가격과 중량을 그대로 둔 채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꼼수)’ 등을 정조준해 제품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레이더에 안 잡히는 스텔스기처럼 조용하게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스텔스플레이션(Stealthflation │ 물가지수에 잡히지 않는 교묘한 가격 상승)’이 서민 경제를 파고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물가 관리의 책임이 막중함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설상가상 차례상 비용마저 치솟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설을 3주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는데 그에 따르면 설을 3주 앞두고 4인 가족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8만 1,5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비용은 38만 580원으로 전통시장보다 35.2%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구매 비용이 지난해 설 때보다 각각 8.9%, 5.8% 늘어난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설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느끼냐는 질문에 응답자 98%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매우 부담을 느낀다’는 71%, ‘부담을 느낀다’는 27% 순이었다. 성수품 중 부담이 가장 큰 품목은 65%가 과일을 지목했다. 이렇듯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딸기·채소와 같은 소비량이 많은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세다. 소비를 줄이는 것 외에는 당장 가격 상승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일각에서는 신선식품발(發) 물가 불안이 ‘뉴노멀(New Normal │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은 상관관계가 높아 통상적으로 변동률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탈(脫)동조화를 보이는 건 지난해 발생한 폭우나 이상저온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는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1인당 2만원 한도로 30% 할인을 지원하고 참여업체가 추가로 할인 행사를 진행해 소비자는 최대 60%까지 할인된 가격에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잘한 조처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생산비 상승과 작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 농가에는 타격을 최소화 하면서, 소비자 가계의 부담을 더 줄여주는 다층적·다각적 방안을 더 유연하고 더 선제적으로 강구하고 더 적극적으로 실행해 주길 바란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