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⑨장재훈 현대차 사장
정의선의 '믿을맨'…현대차 체질개선 선봉장 대내외 열린 소통‧현장 친화 행보로 솔선수범 “차 만드는 시대 지나”…미래기반 다지기 중책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용띠 최고경영자(CEO)인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장 사장이 여러 용띠 CEO 중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현대차의 약진과 무관치 않다.
실제 현대차는 2년 연속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9조8198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 고금리 여파로 세계 자동차 시장 회복세가 둔화한 가운데 무려 54.0%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현대차가 명실공히 '황금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장 사장은 비(非)현대차 출신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온 인물로 통한다. 1964년생인 장 사장은 서울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2011년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 상무로 현대차그룹에 첫발을 딛었다.
장 사장의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한 건 2018년 말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 승진과 함께 경영지원본부장에 낙점되면서다. 이 시기 정 회장은 총괄 수석부회장에 올라 그룹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조직문화 개선, 해외 공략 강화 등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다.
그는 정 회장의 뜻을 헤아려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개선, 현대차 역량 강화에 발 벗고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탄탄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9년 10월부터 국내 생산·영업·마케팅·서비스 등을 총괄하는 국내사업본부장을 겸했다. 2020년 8월에는 현재 현대차 고마진의 '꽃'인 제네시스 사업부 수장 자리를 맡았다. 3개의 요직을 동시에 꿰찬 사실은 그의 역량을 증명하는 대표 사례다. 이후 현대차 사장을 거쳐 2021년 3월 그룹 합류 10년 만에 현대차 대표이사에 올랐다.
재계에선 장 사장의 대표 역량으로 현장 친화적 행보와 소통 능력을 꼽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 사장은 미디어 노출을 비롯한 대내외 소통에 능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한 건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며 평소 삶의 연장선으로 대외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업부장 시절에도 현대차를 대표해 각종 행사장에 나타났던 장 사장은 사장에 올라서도 현장 곳곳을 살피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평가다. 2019년 더 뉴 그랜저 출시회 등 주요 신차 행사장은 물론 2022년 1월 제네시스 G90 미디어 쇼케이스 후 전용 전시관인 '제네시스 수지'를 꼼꼼히 둘러보기도 했다. 2022년 7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선 아이오닉6를 직접 몰고 나와 현대차 첫 전기 세단에 대한 열띤 홍보를 이어갔다.
장 사장은 2022년 주주총회 경영 전략 설명회에도 등장한다. 설명회는 주총이 끝나고 별도로 열린 행사로 각종 질문이 쏟아지는 자리에 장 사장이 참여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설명회 발표를 맡은 연구원이 주주 질문에 답하기 곤란할 때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주주 소통에도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화려한 이력과 호평이 주를 이루는 장 사장이지만 미래 기반을 다져야 하는 중책을 맡은 그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현대차의 목표는 차를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도약이기 때문이다. 5년 전인 2018년보다 영업이익이 6배가량 상승한 데 안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장 사장은 연초 'CES 2024' 현장에서도 "자동차 회사가 언제까지 차만 만드나. 그 시대는 이제 지났다"며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다시금 짚었다. 소프트웨어, 수소 대전환의 전략 구체화 및 실체화를 위한 '특명'이 그의 손에 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