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품 대기업 때리기, 無효과에 ‘멍’만 늘어

급식 개방, 상위 업체 독식 여전…근본적 상생방안 필요 ‘가격억제‧거래구조’ 정부 개입…시장자율성 침해 논란

2025-02-06     김민주 기자
사진은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기업을 향한 정부의 규제가 미미한 효과에 그치거나, 각종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단체급식 개방’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효과를 보지 못한 대표적 예로 꼽힌다. 대기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예방하기 위해 외부에 개방했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급식업체 상위 5곳끼리 나눠먹는 꼴이 됐다. 중소기업은 대규모 사업장을 감당하기 어렵고, 급식 특성상 이용객들의 높은 잣대로 진입장벽이 높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근본적인 상생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단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서 확인된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4조2799억원이다.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 단체급식 업체의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지난해 식품 대기업은 서민 일상과 밀접하다는 특성상, 정부의 대대적인 물가 안정 작업의 주요 타깃이 됐다.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업계와 잇따른 간담회를 열며 전방위로 압박하자, 기업들은 일제히 인상안을 철회하고 공급가를 낮춰 잡았다.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권고를 따를 수밖에 없단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를 두고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소비자에게 더 큰 가격 부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가격 인상’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고, 주요 원부자재를 비롯한 경영 제반 비용이 여전히 치솟고 있는 탓이다. 협력업체와 거래를 정부차원에서 금지하기도 한다. 오뚜기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수십년간 거래해 온 면사랑과 거래 중지 처분을 받았다. 중소기업이었던 면사랑이 지난해 4월부터 중견기업으로 분류된 게 원인이 됐다. 국수·냉면 제조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이 분야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수 없다. 오뚜기와 면사랑은 친족 기업으로 면사랑은 약 30년간 오뚜기에 면류를 공급해 왔다. 기업 측에선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한 거래처와 거래가 중단될 경우, 매출과 이익 감소, 업계 점유율 및 신용도 하락 등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오뚜기는 면사랑과 거래를 계속하기 위해 중기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사업확장’ 승인을 신청했지만, 중기부는 거래를 중단하고 대체 거래처를 찾으라고 통보했다. 이에 오뚜기와 면사랑은 지난달 15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상위 독과점 대기업들이 가격 조정 역량을 남용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감시하는 등 대기업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단 우려도 공존한다”며 “영업이익 극대화는 기업의 근본적인 생존 전략인데, 과도한 개입으로 이를 틀어막는 것은 중장기적 상생효과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