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도 '저PBR' 테마 쏠림…“옥석 가려야” 과열 경계

정부 증시 부양 정책 영향...거래량 20배 뛴 종목도 증권가 “이익 창출 유효 종목으로 범위 좁혀질 듯”

2024-02-06     이재형 기자
새해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저평가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수요가 몰리며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 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ETF로의 쏠림 현상 이후 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저PBR 관련 ETF 거래량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통상 수치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고 해석한다. PBR 1배 미만의 경우 회사의 순자산(부채를 제외한 자산)의 가치가 시가총액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 발표 이후인 지난달 25일과 이달 5일 전체 ETF 종가를 비교한 결과 저PBR 관련 ETF가 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KODEX 보험’(18.57%)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16.32%) △‘TIGER 200 경기소비재’(15.13%) △‘KBSTAR 200 금융’(14.79%) 등의 수익률 순서를 보였다.

거래량이 20배 넘게 늘어난 상품도 눈에 띈다. 기업의 순자산이나 수익성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고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이 있는 국내 종목에 투자하는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는 지난달 25일부터 5일까지 일평균 거래량이 3만577주로 집계됐다. 직전 8거래일(1월 15∼24일)의 일평균 거래량(1357주)보다 22배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도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량이 1만3756주에서 2만6504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가 나서서 증시 활성화 정책을 펼쳤던 일본의 전례가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하고 있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의 증시 부양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당시 일본 투자 ETF 중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을 담은 ETF가 정책 실시 이후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고, 배당과 주주환원을 통한 저평가 해소에 초점을 맞춘 액티브 ETF들이 일본 주식시장에 등장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저PBR 종목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관련 ETF 상품이 기획될 것”이라며 “특히 향후 고배당주 ETF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증시가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 좋은 투자 대상인 데다 정책적인 수급 모멘텀이 존재하는 만큼 자금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주간 단기간에 저PBR주들이 동반 폭등한 측면이 있어 주 후반에는 연휴 휴장에 대한 관망심리가 높아질 수 있다”라며 “저PBR 사이에서도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급등 국면에서 저PBR 주가 동반 급등하며 테마화됐는데, 다음 단계에서는 기업들의 주주가치 재고 정책에 집중해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기대되거나 배당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익 창출 능력이 유효한 종목과 업종으로 (주가 상승 종목군이)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상장사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극복하고 시장 평가를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계획 기재 △공시우수법인 선정시 가점 부여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한 상품지수 개발과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등이 주요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