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공화 '국경 갈등' 고조…우크라 예산 지원까지 '차질'
트럼프·바이든 대리전 성격 '국경 갈등' 원인 1183억 달러 예산 합의안, 하원 통과 '불투명'
2025-02-06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미국 상원이 국경통제 강화 비용과 이스라엘·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등을 포함한 이른바 예산 '패키지 딜'에 합의했으나, 공화당 하원 지도부 인사들이 이를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국경 문제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이 발목 잡힌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패키지 딜' 합의안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초래한 국경 참사를 종식시키는 것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의안이 하원에 닿자마자, '도착과 동시에 사망'(DOA) 판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스티브 스컬리스 의원도 "하원에서 표결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고, 하원 공화당 컨퍼런스 의장인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 역시 "논의를 시작할 가치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상원이 총액 1183억 달러(약 158조 원) 규모의 '패키지 딜' 합의안을 발표한 것에 대한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를 장악한 상원은 전날 우크라이나 지원 600억 달러, 이스라엘 지원 141억 달러, 인도·태평양전략 관련 대만 등에 대한 지원 50억 달러, 국경 안보 강화 202억 달러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발표한 바 있다. 공화당 의원들의 합의안 반대 이유는 국경 안보 예산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현직 대통령 간 승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들은 국경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어, 민주당과 공화당 역시 두 전·현직 대통령 간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합의안은 불법 입경자가 주당 5000명을 넘게될 시 망명 허용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작년 12월 기준 남부 국경을 통해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의 불법 이주민이 유입되는 등 이민 문제가 부상하면서 미국 내에서 이주민에 관용적인 민주당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증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보다 강경한 정책을 펼치려고 하자, 여론 역전을 우려한 공화당이 비타협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화당은 전날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를 중심으로 공화당 소속 지역 주지사들이 공동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국경 문제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애벗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일반적인 미국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며 "국경을 보호하는 것이 조 바이든, 당신의 의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전쟁 2년째인 우크라이나 지원이 또다시 좌초되는 분위기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현재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합의안에서 대이스라엘 지원안만을 통과시키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상원에서 합의안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하원에서는 이스라엘 지원안만이 통과될 경우 상·하원 대표는 단일안 도출을 위해 협상에 나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