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사용료 갈등 지속…가이드라인 제정 지연 우려

IPTV업계, 지난해 산정방안 제시…산정 지표, 성과·기여·투자·다양성 등 구분 PP업계 "수익배분 비율 개선해야"…지상파 "일방적 리스크 전가" 반발 고조 과기정통부, 가이드라인 연내 제시 계획…유료방송 시장 상황 개선 우선돼야

2024-02-06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정부와 유료방송업계가 합리적인 콘텐츠 사용료 산정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TV(IPTV) 업계가 지난해 정부에 제출한 산정 방안을 놓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이어 지상파 사업자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사업자 간 갈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최근 '콘텐츠 사용료 산정 방안'을 마련, 기본 원칙을 △공정성 △균형발전 및 상생 △자기책임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9월 IPTV 7년 재허가 결정 당시 합리적인 콘텐츠 사용료 산정 기준과 중소 PP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른 것이다.

3사는 사용료 산정 과정에서 해당 채널의 시청점유율, 채널별 IPTV 시청점유율, 콘텐츠 투자비 점유율, 편성 관련 지표, 플랫폼 기여도를 반영토록 설정했다. 이와 함께 사용료 지급 대상을 일반 콘텐츠사업자와 보호 대상 중소 콘텐츠사업자로 구분, 별도의 산정 방식을 마련할 방침이다. IPTV 사업자의 전체 배분 대상 금액 중 보호 대상 중소 콘텐츠사업자에게 배분되는 몫을 일정 수준 보장키로 했다.

IPTV업계 관계자는 “성과 기반의 공정한 배분 방식과 검증된 객관적 데이터를 근거로 한 투명한 산정 방식을 마련했다”며 "업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시장에 정착시키고 지속적인 상생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PP업계와 지상파 사업자들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특히 배분 대상 금액 산정 방식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초 IPTV 3사는 사용료 산정 과정에서 △IPTV 가입자 수 △기본채널수신료매출 △홈쇼핑송출수수료매출 증감 여부를 새로운 기준으로 반영하고, 가입자 또는 해당 매출이 줄어들면 콘텐츠 사용료 총 지급액도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콘텐츠 업계 전반이 성장 정체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 향후 위축될 것이 예상되는 증감률을 기준으로 지급액을 산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콘텐츠 업계 전반에 손해를 전가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중소PP의 기준과 지급 금액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액 중 중소PP의 몫으로 넘겨줄 규모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는 것. 중소PP업계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MPP의 사용료 협상 이후 중소PP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들의 몫을 정해달라고 요청해왔다.

PP업계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 사용료나 송출수수료 매출의 경우 상승 동력 측면에서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며 “IPTV의 기본채널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비율도 SO, 위성방송사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현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지상파 사업자들 역시 해당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재송신료(CPS)는 프로그램사용료가 아닌 저작권료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지상파 재송신료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이용 허락'을 구하는 '저작권료' 개념"이라며 "오랜 저작권 침해 소송의 누적 결과로 형성된 재송신 시장 질서를 IPTV 사업자가 자체 설정한 임의 기준으로 흔들려고 하는 시도는 지상파 방송사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사업자 간 갈등은 방송 환경의 급변과 성장 정체를 겪으며 심화돼 왔다. 지상파에는 재송신료를, PP에는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하는데, 사용료 산정 기준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

과기정통부는 현재 이와 관련된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며, 이를 반영한 최종 가이드라인을 연내 공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배분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최종안 도출이 지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결국 유료방송 시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갈등의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사업자 간 약탈적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근본 문제"라며 "현재는 플랫폼 사업자 간에도 배분 몫을 줄이려는 상황이고, 시장 개선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 탓에 갈등 폭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