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억울한 옥살이” 4‧3 생존자 무죄 판결

직권재심 대상자 확인 과정서 생존 수형인 확인 ‘연좌제’ 걱정돼 과거 숨겨…불법 구금 인정받아

2025-02-06     김민주 기자
제주지방법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제주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4·3 생존자가 70여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6일 제주지법 형사 4부(강건 부장판사)는 4·3 생존 수형인 A(95)씨에 대한 직권 재심 첫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죄를 증명할 증거가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A씨는 4·3 당시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 끌려가, 1949년 7월 2일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수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연좌제 등으로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봐 억울한 과거를 숨기고 살아왔던 A씨는 직권재심 대상자 확인 과정에서 생존 수형인으로 확인됐다. A씨는 주변 설득으로 지난해 2월 4·3 희생자 신청을 했지만, 아직 희생자로는 결정되지 않아 4·3특별법에 따른 특별재심 요건은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은 A씨 진술과 관련 자료를 토대로 4·3 당시 불법 구금 등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 형사소송법상 재심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직권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제주지법 4·3 재심 전담재판부는 거동이 불편한 A씨를 위해 그가 거주하는 부산의 동아대 모의법정에서 재판을 열었다. 한편, 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수형인에 대한 직권 재심 청구와 이에 따른 무죄 선고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사례는 모진 고문 끝에 허위 자백으로 내란죄를 뒤집어썼던 박화춘(당시 95) 할머니다. 박 할머니는 1948년 12월 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연좌제 등으로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평생 이를 숨기고 살아오다 70여 년 만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2022년 이뤄진 직권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