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 ‘일자리 독식’… 구직자 외면받는 中企

지난해 대기업 취업자 300만명 돌파… 역대 최대 중소기업 취업자 증가폭, 2022년 대비 1/3 수준 구직자 “中企 가느니 쉴 것”… 대기업 취업에 집중

2024-02-07     이용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지난해 대기업 취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반면 정작 구인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계에 대한 취업 기피 현상은 가중돼 인력 시장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10명 중 1명이 대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308만7000명으로,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비중은 10.9%다. 지난해보다도 8만9000명 늘어났다. 대기업 취업자가 300만명을 넘은 것은 2004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대기업 취업자 수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대기업 취업자 수는 앞서 2020년에는 7만9000명이었는데 2021년엔 14만3000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2022년엔 18만2000명으로 늘었다. 2020년 9.9%였지만 2021년(10.3%) 처음 10%대를 돌파했으며 2022년 10.7%, 2023년 10.9%까지 올라 11%대에 가까워졌다. 중소기업 취업자도 역대 최대로 늘었지만, 대기업에 비해 증가율은 낮은 형편이다. 지난해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2532만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3만8000명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대치라 해도 증가 폭은 줄었다. 2022년 중소기업 취업자가 63만4000명 늘어난 반면, 지난해는 3분의 1수준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체 취업자 비중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자 비중은 89.1%로 역대 최저다. 이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취업자 증가율이 더 높은 까닭이다. 지난해 대기업 취업자 증가율은 3.0%로 중소기업(0.9%)의 세 배가 넘는다. 대기업으로 취업자가 몰리는 윈인은 △임금격차 △경기불황으로 인한 안정적인 일자리 수요 증가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 증가 △대기업의 다양한 복리 후생 등이 꼽힌다. 고용노동부는 300인 미만 종사자 사업체의 지난해 평균 월 임금(9월 기준)은 346만2000원, 300인 이상 종사자 사업체는 592만2000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소기업 직원은 대기업 직원의 58.4% 수준의 임금 밖에 받지 못하는 셈이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일자리 격차는 코로나19부터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경영난으로 중소기업계가 복지를 삭감하거나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자, 취업자들이 대기업으로 몰린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의하면 영리기업 중 대기업 일자리는 440만개로 전체 중 16.6%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일자리는 전체 과반이 넘는 62.2%로, 1644만개다. 중소기업은 신규인력 채용 의지가 확고함에도 구인난에 허덕이는 상태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지난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미충원율은 전년 대비 4.2% 상승한 14.7%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청년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보단, 대기업에 취업할 때까지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의하면 국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10만6000명이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 쉰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 일자리가 월등히 많은데도 대기업 좁은 문을 통과할 준비하느라 ‘쉬는 인력’이 많아진 셈이다. 소상공인 업계에선 아르바이트생 마저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몰리는 형국이다. 청년들이 브랜드 점포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많았다. 인력난에 허덕이며 주먹구구로 일하는 소상공인 업체보다 근무 환경이 낫다는 이유에서다. 브랜드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 C군은 “대학로에 위치한 일반 음식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시급은 많았지만 고정 스케쥴 외 추가 근무 요청이 잦았다. 취업 공부 중인 학생 입장에선 그 많은 시간을 식당에 투자하기 어렵다. 그래서 급여가 조금 낮더라도 근무 시간이 보장된 브랜드 점포에서 일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