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자 수 증가’는 허상… 中企 인력 충원 시급
고용률 '역대 최고'… 연간 취업자수 32만 7000명 청년 고용 감소, 中企 인력난 여전… 외국인력도 부족
2024-02-07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는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가 증가했으며, 역대 최고 고용률까지 달성해 경기 개선 조짐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중소기업 현장은 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모순된 상황에 내몰렸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수는 32만7000명에 달했고, 15세 이상 고용률은 62.6%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올랐다. 고용률은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12월 취업자도 전년 동월 대비 28만 5000명 늘면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취업자 증가세가 2021년 3월부터 34개월째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10월 34만6000명에서 11월 27만7000명으로 둔화했지만 지난달 다시 확대됐다. 또 중소기업 취업자도 역대 최대로 늘었다. 지난해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2532만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3만8000명 늘어났다. 정부는 “최근 수출 증가세에 따른 경기 개선 조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소기업계 수출도 지난해 중반부터 호조를 보였고, 실제 취업자가 증가했지만 정작 업계는 인력난에 시달려 경기 개선을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취업자 증감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긴 아직 이르단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연령계층별 취업자 수를 보면 60세 이상에서 36만 6000명이 증가했다. 50대에서 5만 9000명, 30대에서 5만4000명 각각 증가했다. 50대와 30대 인력을 모두 합쳐도 60대 이상 취업자의 3분의 1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20대는 8만 2000명, 40대는 5만 4000명이 오히려 감소했다. 전 산업군에서 핵심 전력으로 분류되는 20~40대 취업률이 고령층보다 적다. 산업계 내에서도 인력 수급이 불균형한 형국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4만 3000명 줄었고, 도소매업에서도 3만 7000명 감소했다. 대신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14만 3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은 11만 4000명 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26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 ‘기업의 인력수급 현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2019년 12.0%에서 지난해 15.3%로 늘었다. 특히 직종별로 보면 생산·현장·특수기능직 중심으로 인력수급 불균형이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업종별로는 조선업 등 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서비스업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산·현장·특수기능 직종에서 인력이 부족해졌다고 답한 비율은 2019년 14.0%에서 18.0%로 늘었다. 이는 해당 업종의 업무 강도가 높아 내국인이 기피하는 까닭도 있다. 중소기업계는 인력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외국 인력을 필요로 하는 상태로,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중소제조업체 12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외국인력이 부족한 사업주들은 29.7%(추가활용 계획 평균 4.9명)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가 외국인력 투입을 호텔과 콘도업 등까지 확대하면서, 중소 제조사들의 구인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나 나온다. 외국인력 활용 업종은 지난해까지 농축산업·어업·제조업·건설업·일부 서비스업으로 제한됐었다. 사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외국인 채용 제도는 대개 업무 강도가 높아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무에 한정됐. 그러나 이번 업종 허용 확대로, 고강도 일자리 기피 현상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기 안성의 플라스틱 사출공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과 산업기능요원으로 일자리 공백을 어느 정도 해소했는데, 저출산으로 청년 수가 급감하면서 이런 임시방편도 바랄 수 없게 됐다. 결국 우리같은 중소기업들은 외국인력이 일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도 더 나은 직업을 찾을 권리는 있으니 국내 제조업은 갈수록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