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탈중국 시기상조…中리스크 '연착륙' 시도

현대차·배터리3사, 美정부에 IRA 보조금 규정 유예 요청

2025-02-07     이찬우 기자
SK온의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글로벌 시장의 ‘탈중국’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이 속도 조절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자동차 업계는 미국 정부에 유예기간을 부탁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가 당분간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해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받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 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 발표한 세부 규정안에서 FEOC를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으로 규정했다. 이는 중국산 광물의 유입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움직임이다. 반면 이로 인해 현재 중국산 핵심광물에 크게 의존하는 세계 전기차·배터리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이 규정이 시행되자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작년 말 43개에서 올해 19개로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작년 4월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종이 아예 없는 상태다. 이에 업계는 미국 정부에 ‘예외 조항’을 요청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핵심광물이 차지하는 가치가 일정 금액보다 작을 경우 FEOC 규정에서 예외를 두는 '최소 허용 기준' 도입도 요청했다. 현대차는 최소 허용 기준으로 10%를 제시, 배터리에 사용된 핵심광물 전체 가치의 10% 미만에 해당하는 핵심광물은 FEOC를 적용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또 원산지 자체를 추적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FEOC 규정을 적용 받지 않는 배터리 소재 명단을 신속히 발표해달라고 했다. 이어 국내 배터리 업계도 FEOC 규정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SK온은 중국산 흑연을 대체할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핵심광물에 대한 FEOC 규정 적용을 2027년 1월로 2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경쟁력에 중요하게 여기는 공급망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아 배터리 제조사가 원산지를 검증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총가치의 10% 미만을 차지하는 재료는 FEOC 규정에서 예외로 해달라면서 코발트, 지르코늄, 텅스텐, 이트륨, 티타늄, 흑연, 형석을 저가치 광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