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중진 희생 요구 본격화…쇄신 vs 공천 갈등 '분수령'

與는 지도부, 野는 공관위서 '중진 희생' 요청 수용 시 쇄신 속도…반발 시 공천 갈등 우려

2024-02-07     이태훈 기자
서병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여야의 '중진 희생' 요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 변경을 지도부가 직접 나서 설득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공천관리위원장이 "선배 정치인들이 길을 터 달라"며 중진의 험지 출마 및 불출마를 요청했다. 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각 당의 총선 준비 상황이 격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5선·부산진갑)은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재수 민주당 의원(재선)이 버티고 있는 부산 북구·강서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해당 지역구는 PK(부산·경남)에서도 야권 우세 지역으로 평가받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 중 한 곳이다. 서 의원은 "저는 낙동강 벨트라 불리는 북·강서갑으로 출전하라는 당의 요구를 받았다"며 "힘겨운 도전이 되겠지만, 당이 결정하면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 민주당 강세 지역 출마를 권유받은 현역 중진은 서 의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 김태호 의원(3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게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재선)의 지역구인 경남 양산을 출마를, 조해진 의원(3선·경남 밀양시·의령·함안·창녕군)에게는 당 현역이 없는 경남 김해갑·을 중 출마를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헌신해야 한다"며 "정말 치열한 승부의 장에 많은 실력 있는 분들, 중량감 있는 분들이 나가 주시는 게 당이 국민으로부터 선택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앞서도 여당에서는 하태경(3선)·이용호(재선) 의원이 민주당 강세의 수도권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경선 일정이 가까워짐에 따라 민주당에서도 중진에 대한 결단 요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공관위 차원의 메시지로 중진 희생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1차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선배 정치인들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달라"고 했다. 중진에 대한 사실상의 험지 출마 및 불출마 요청으로 읽힌다. 다만 민주당에선 이렇다 할 희생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고 있다. 박병석(6선·대선 서구갑), 우상호(4선·서울 서대문갑) 의원 정도가 불출마 의사를 밝혔을 뿐 여당 현역 의원이 있는 곳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중진 의원은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중진이 국민의힘 현역 의원이 있는 곳으로 지역구를 옮긴 사례는 일찌감치 서초을 출마를 선언한 홍익표 원내대표(3선·서울 중구성동구갑)밖에 없다. 한편 중진 의원에 대한 여야의 희생 요구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지속되는 희생 요구에 남은 중진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여야의 총선 계획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당의 희생 요구를 중진들이 수용할 경우 당의 쇄신 이미지 구축에 유리하다. 다만 중진들이 계속되는 희생 압박에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오히려 공천 갈등 등 내분이 발생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