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꺼져가는 상반기 반등 기대감” 유통街, 연휴 끝자락까지 썰렁

1분기 소매유통업 체감경기 기준치 이하 각종 산적 변수에 실적 개선 실현 미지수

2025-02-12     민경식 기자
지난달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올해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소비·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소비자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자 유통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통가 최대 대목 중 하나로 실적 특수를 기대할 수 있는 설 명절 기간에도 기업들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종 경제 지표 및 전망치가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한숨도 깊어질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파악한 결과, 이달 BSI 전망치는 92.3으로 집계됐다. BSI가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부정보다 많은 것을 뜻한다.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전망을 내포한다. 해당 전망치는 2022년 4월 이후 23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업종별로 따져보면, 제조업(91.7)과 비제조업(92.9) 모두 부정적이다. 유통업계에서도 최근 경기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올 1분기 소매유통업경기전망지수(RBSI)를 파악한 결과, 전망치는 79로 확인됐다. 이는 전분기(83) 보다도 낮은 수치다. 농산물, 산업용도시가스 요금 등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는 3달 만에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9(2015년=100)로 11월(121.02)보다 0.1% 증가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0.1%)과 11월(-0.4%) 두달 연속 하향세를 보이다가 석달만에 다시 반등한 것이다. 또한, 해당 지수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선행지표다. 지난달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년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 가격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면서 설 명절 이전부터 장바구니 물가에 경고음이 나온 상태다. 통계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8% 올랐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낮췄지만, 농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15.4% 뛰어올랐다. 동기간 외식 물가도 4.3%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설 명절을 의식해 물가 부담을 느꼈다는 조사도 나온 바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 설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을 느끼냐는 질문에 응답자 98%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매우 부담을 느낀다’(71%), ‘부담을 느낀다’(27%) 등도 있었다. 성수품 가운데, 부담이 가장 큰 품목은 과일(65%)이었다. 주요 유통업체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만족스럽지 못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이고 있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와 더불어 각종 부대 비용 증가 등 변수가 이어지면서 올해 고무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대형마트 업체별로 보면,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7.6% 늘어난 75억원으로 선방한 반면, 매출은 2.7% 떨어진 1조3490억원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이마트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7조61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8% 성장하겠지만, 영업손실은 310억원으로 적자에 들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면세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772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97억원으로 적자폭이 늘어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4분기 기준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66.7% 축소된 2343억원을 나타냈다. 동기간 영업적자는 157억원으로 전년 보다 76억원 개선했다. 이에 업계는 소비 빙하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 저출산·고령화로 소비 및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만큼, 인구와 밀접한 의식주 업종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업계 특성상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 둔화에 이어 한중 관계 회복 여부까지 요원하면서 대외적 변수도 쌓였다. 업계 관계자는 “설 명절에도 고물가, 고금리 등 영향으로 내수 시장이 악화되면서 기업과 소비자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며 “업종 경계가 사라지고 기업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차별화와 자생력 확보에 노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