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통신시장 '지각변동' 예고…가계통신비 부담 줄어들까

정부, 통신비 인하 정책 본격화…시장 경쟁 활성화에 초점 단통법 폐지·제4이통 육성 추진…공시지원금 확대 촉구도 소비자 체감 효과 대해 의견 분분…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도

2024-02-12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에 나선 데 이어 제4이동통신사를 유치한 가운데 이러한 정책들이 통신비 절감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2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통신비 부담 완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통신사 간 경쟁 활성화에 방점을 맞춘 정책들을 전방위적으로 추진 중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로 대표되는 이른바 ‘3사 시대’는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도 있었지만, 업체 간 경쟁이 실종되면서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통신 시장이 기존 3사에 쏠려 있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난해 7월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11월에는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2일 단통법 폐지를 추진키로 했으며, 이달 초 주파수 경매를 거쳐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대역을 낙찰받은 스테이지엑스를 제4이동통신사로 선정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통신사업자들을 향해 갤럭시 S24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확대할 것을 직접적으로 촉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4~25일과 30~31일 2차례에 걸쳐 통신 3사와 삼성전자의 영업 담당 임원 등을 불러 이같이 주문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도 지난 2일 삼성전자를 방문해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단말기 인하 협조를 요청했다. 통신사와 제조사를 압박해 단말기 지원금을 높이는 한편 단통법 폐지와 제4이통 출범을 통해 통신사 간 경쟁을 촉진, 국민 편익 증진과 인프라 고도화를 이끌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통신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단말기 보조금 상한이 없어짐과 동시에 스테이지엑스가 ‘메기’ 격으로 성장했을 경우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면서 통신비 인하와 통신 품질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통신비 절감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현재 5G 서비스가 정체기에 진입한 데다가 28㎓ 대역 특성상 주파수 생태계도 미흡해 가입자 유치 요인이 과거 대비 크지 않기 때문.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사업자 간 경쟁 촉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업계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통신 사업의 추가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은 지속 하락하고 있어서다. 통신 3사의 평균 이동전화 ARPU 하락률은 올해 2%에서 내년 4%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는 올해도 인공지능(AI)·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G 서비스 5년 차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보면 가입자와 매출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이전 대비 10% 이상 성장한 로밍 서비스 등 매출 성장원을 추가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