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안보 부정 트럼프에 서방 '아연실색'…집권 시 유럽안보 '불투명'
트럼프 "돈 내지 않으면 러시아 내키는 대로 하도록 격려" 바이든 "끔찍하고 위험"·나토 "우리 모두의 안보 훼손" NYT "동맹국 공격 선동, 전례 없어" BBC "러·중 오판 우려"
2025-02-12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안보 원칙을 부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서방이 발칵 뒤집혔다. 백악관과 유럽은 즉각 반발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나토를 중심으로 한 유럽 안보가 불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내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다시 집권하고 러시아가 우리 나토 동맹들을 공격하면 동맹들을 버리고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도록' 두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도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로,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경선 유세에서 나토의 한 동맹국 원수와의 나토 회의 중 대화를 언급하며 동맹국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큰 나라의 대통령(presidents) 중 한 명이 일어나서 '만약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당신은 우리를 보호해 주겠느냐'고 하자 나는 '당신은 돈 내지 않았으니 채무불이행이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이 "(돈은 내지 않으면) 난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다. 당신네는 당신네가 갚아야 할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나토 회원국이 안보 문제에 대해 미국에 '무임승차' 한다고 압박하면서 방위비 추가 분담을 강하게 요구해 갈등을 빚었다. 그의 이번 발언은 이전 무임승차론보다 한층 강경한 것이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장 유럽 곳곳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서면 성명에서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고 질타했다.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나토 근간인 집단안보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집단안보 체제'는 회원국 중 한 곳이라도 공격받으면 전체 회원국이 이에 대응한다는 약속이다. 미국과 서방 언론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국제 질서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보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방보다 적국을 편들면서 국제 질서를 뒤엎겠다고 위협한다면서, 그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세계 질서에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동맹국을 공격하라고 적국을 선동하겠다는 발언은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나토를 중심으로 한 유럽 안보가 불안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BBC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지지자들을 흥분시키는 전형적인 트럼프의 방식"이라면서도 "푸틴이나 시진핑이 동맹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오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