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 대선 풍향에 전 세계가 초미의 긴장, 관세·금리·공급망 불확실성 대비를

2025-02-13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  오는 11월 5일(첫 번째 화요일)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8일(현지 시각) 네바다주에서 열린 공화당 프라이머리(Primary │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며 지난 1월 15일 아이오와 코커스(Caucus │ 당원대회)와 1월 23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승리에 이어 파죽지세(破竹之勢)의 3연승을 거둠으로써 초반 경선에서부터 이미 대세론을 굳혔다는 평가와 함께 본선 대결도 그의 승리를 점치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트럼프 2기 내각 후보까지 거론된다. 트럼프 재래(再來)가 현실화하면 미·중 경쟁이 한층 격화하고 우크라이나와 중동전쟁 등 국제정세도 혼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특히 관세·금리·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산업·수출업계에서는 트럼프 재집권 시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재선 보다 타격이 더 클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트럼프는 공약집‘어젠다 47’에서 “우리는 안보 분야에서 바보같이 돈을 많이 썼다”며 재집권 때 미국 우선주의 부활을 예고했다. 최근 유세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2000억 달러 이상을 썼다”, “나토(NATO │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도 그만큼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면서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국제사회는 그야말로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나토 사무총장이 지난 1월 31일(현지 시각) 트럼프 공약집을 발간한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에 달려가 “중국의 도전을 관리하는 것은 미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우리는 중국과 지속적인 경쟁을 위해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라면서 “나토는 미국에 좋은 거래”라고 달랬다. 또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은 갈수록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함께 제재와 압박을 와해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 위험한 시기에 우리를 약화하려는 모든 정권에 굳건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나토를 통해 31개 동맹국 및 파트너국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제45대 대통령 재임 때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로 일관했다. 자국 내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 인상,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등 보호무역주의를 폈고 외교 관계도 국익을 내세운 ‘비즈니스’차원에서 접근했다. 동맹국에도 미군 철수, 나토 탈퇴 카드 등으로 으름장을 놓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그가 재집권하면 대만과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검토와 미중 통상 갈등 심화 등으로 국제 경제·안보 질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미 일본·독일·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트럼프 캠프 인사와 접촉을 강화하며 자국에 불이익이 될 정책의 방향을 트는 등 ‘트럼프 2기’ 리스크에 대비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반세계화 정서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는 이미 국제정치를 바꾸고 있다”라고 지적하듯 트럼프가 깜짝 승리한 2016년과 달리 지금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귀환을 예상하며 미리 대비하고 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올해 재선 가능성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물밑 접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기시다 정권의 트럼프 물밑 접촉 노력을 지난 2월 2일(현지 시각) 전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인선된 일본의 새 주미대사인 ‘야마다 시게오(山田重夫)’는 트럼프 선거 캠프와 연계하라는 구체적인 지시와 함께 임명된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고, 골프 애호가인 트럼프 후보와의 접촉 채널로 ‘아소 다로(麻生太郎)’ 자민당 부총재가 나설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월 16일 보도했다.  캐나다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대비하는 일종의 ‘미 대선 대책팀’을 발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트럼프 행정부와 종종 충돌했던 경험에 따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는 지난 1월 23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캐나다 국민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대비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팀 캐나다’란 조직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징벌적 통상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대응 계획 마련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미국 대선의 영향에 대한 평가 작업을 시작했으며,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경우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한 당국자가 밝혔다.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rbock)’ 독일 외무장관도 지난해 9월 미국 방문에서 트럼프 지지자 여럿을 만나는 등 이미 미 공화당 측과 소통을 시작했다.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은 대외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고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외풍에 취약한 한국은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의 영향을 누구보다 크게 받는 대한민국은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더욱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처럼 미군철수를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지 모른다. 앞서 1기 시절 트럼프는 주한 미군 철수를 거론했고,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수준으로 인상하라는 무리한 압력도 가해 왔었다. 캠프 관계자들은 비핵화 대신 북핵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다. 연초부터 북한의 전쟁 위협성 발언에 대해 미국 조야에서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트럼프 2기에는 비핵화 대신 북핵을 용인하고 군축 협상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중국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의 대중 수출도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은 자명하다. 트럼프는 또 당선되면 취임 첫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지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결행한 국내 반도체·자동차·배터리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금융 시장 격언은 외교와 경제 관계에도 적용된다. 변수 많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탈동조화(디커플링 │ decoupling)’든‘탈위험화(디리스킹 │ Derisking)’든 외교건 경제건 다변화와 다원화 그리고 분산으로 리스크를 완화하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대응이 긴요하다.  트럼프 2기가 한국에 미칠 영향을 간단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그보다도 우리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 부터 트럼프 2기의 복귀까지 염두에 두고 미국 정계·학계와 소통에 열중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월 30일 “(대선 후)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라며 “내부적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미국 대선 결과에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4박 5일 일정으로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을 미국 워싱턴에 파견했다. 오는 5~6월에도 다시 한 번 파견해 동향을 살필 계획이라고 한다. 무역협회가 지난 2월 6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주요 시장별 수출확대 전략회의’를 화상으로 열고 트럼프 당선을 대비해 경제·통상 관련 공약을 점검하고 현지 공화당 인사 등에 대한 접촉도 넓혀 나간다고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트럼프 2기가 몰고 올 외교·안보와 경제충격은 가히 예측하기 힘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럭비공 외교’를 떠올려보면, 그의 재집권에 대비해 지금부터 물밑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라도 정부는 캐나다처럼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정교한 대비책을 짜고 국익 우선의 유연한 대미 외교를 펼쳐야 한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누가 집권하더라도 한미가치 동맹의 훼손을 막되 자체 방위력 강화에 배전(倍前)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다. 차제에 국제무역 위축을 대비한 수출 다변화, 공급망 다원화, 첨단기술 경쟁력 강화 등도 서둘러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도 유연한 선제적 대응과 위험 분산을 위해 중국과의 외교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북한과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국방태세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도 모색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