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⑩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배그 신화'로 역대급 실적 현장 경험·소통력 시너지로 창의성·독창성 견인
2025-02-13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올해 국내 게임 시장 판도가 '3N2K(넥슨·넷마블·엔씨·카카오·크래프톤)'에서 '1N1K(넥슨·크래프톤)'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게임업계가 보릿고개를 넘는 와중에 크래프톤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면서 김창한 대표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대형 신작을 내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1조9106억원, 영업이익은 2.2% 증가한 7680억원, 당기순이익은 18.8% 증가한 5941억원이다. 크래프톤의 이러한 성장엔 김창한 대표의 리더십과 역량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크래프톤의 역대 첫 개발자 출신 대표인 그는 배틀그라운드(배그) 개발부터 출시 이후 게임의 글로벌 인기를 유지해 오며 크래프톤을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시킨 '1등 공신'으로 꼽힌다. 넥스트플레이·지노게임즈 등에서 게임 개발에 주력하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김창한 대표는 2015년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이 지노게임즈를 인수하며 합류했다. 김 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되기 시작한 건 펍지 스튜디오의 전신인 블루홀지노게임즈에서 직원 30명과 함께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배그)’가 대흥행을 거두면서부터다. 배그는 2017년 스팀 얼리 액세스 출시 이후 PC/콘솔 판매량 7500만장을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PC 게임으로 등극하는 등 폭발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배그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크래프톤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며 실적 성장에 기여해 왔다. 데이터 분석 기업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배그의 모바일 버전인 '배그 모바일'은 최근 5년 동안 누적 매출 108억달러(한화 약 14조원)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2017년 펍지 스튜디오의 대표를 거쳐 지난 2020년 크래프톤의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취임 이후 '제작의 명가'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독창성과 도전정신, 기술력을 강조했다. 조직 운영 방식을 프로젝트 중심에서 인재 중심으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게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크래프톤을 비롯한 산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의 역량,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취지다. 게임업계에선 김 대표의 주요 역량으로 20년 이상의 현장 경험과 소통 능력을 꼽는다. 개발자이자 경영자로서 게임 제작과 사업 경력, 서비스 경험을 다양하게 쌓아 오며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펍지 대표 역임 당시 사옥 곳곳에 작은 회의실을 마련하고 직원들의 책상도 엇갈리게 배치해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한 것은 유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실무진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적인 소통 창구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의견을 수렴하는 편"이라며 "활발한 소통과 원만한 교류가 게임 개발의 핵심인 창의적 발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김 대표의 가치관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0년 배그 모바일이 인도 시장에서 서비스 중단 위기를 맞았을 당시 그가 택한 돌파구도 '현장'이었다. 김 대표는 현지에 법인을 설립, 게임 직접 유통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2021년 7월 인도 맞춤형으로 제작한 ‘배그 모바일 인도’는 출시 일주일 만에 누적 이용자 수 3400만명을 돌파하며 인도의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첫 연임에 성공했다. '배그 신화'를 이끈 그의 기획력과 회사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위기를 넘겨온 전략을 믿어보자는 임직원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원 히트 원더'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다. 배그의 저력을 이어갈 차기 흥행작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김 대표 역시 배그 지식재산권(IP)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올해를 '스케일 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이 첫 결실을 맺는 해로 삼고 계단식 성장으로의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의 인기 IP는 강화하면서 미래 먹거리가 될 새로운 IP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최근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도 "단순히 퍼블리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를 발굴하고, 이를 스케일업해 10억 달러 규모의 IP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 출시가 예정된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등 신작 라인업을 강화하고, 크리에이티브 가능성과 성장세에 맞춘 내부 구조 개편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 딥러닝 등 차세대 기술 육성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적용 범위도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