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企, 사회·노동 문제에 요동…균형추부터 맞춰야

중처법 현장 반대 불구 시행…노동계로 무게추 기울어져 현장서 ‘탁상공론’ 멈추고 실제 생업 현장 방문 요구까지

2024-02-13     신승엽 기자
중소기업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중소기업계는 사회·노동 현안과 맞물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전반적으로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에 불구하고 각종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이어진 경제위기로 여유가 부족한 가운데, 제도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제도가 다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중소기업의 주요 현안이었다. 중처법은 사업장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다. 50인 미만 사업장이 제도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찬반여론이 격돌했다.  중소기업계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에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제도를 이행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제도 도입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코로나19 사태부터 이어진 위기 상황도 극복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내수 시장까지 악화돼 실적 회복 외에 다른 여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이번 중처법 유예 대상인 기업은 83만7000여개에 달한다. 해당 기업들은 자체적인 노력으로 중처법을 준비하겠다고 밝히며, 유예를 요청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중처법 유예는 당초 지난달 열린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정부가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이행했지만,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사고 방지에 대한 자체적인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449건, 45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건, 51명 감소했다. 50인 이상에서는 사망자가 10명 줄었으나 사고는 8건 증가했다. 오히려 법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에서 더 많이 줄었다. 사망 41명, 사고 42건이 각각 감소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그간 야당이 주장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이 역으로 기울어졌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노동자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양 측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조절해야 하지만, 지지세력의 목소리만 듣는 형태의 입법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사회적‧경제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총선에만 집중하는 야당의 결정은 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회의 고용노동 관련 법안은 균형이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환경노동위원회서 처리된 고용노동 관련 법안을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는 올해 정기국회 시작 전까지 총 2만3415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중 1만6246건의 법안들은 계류 중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법안은 총 1995건(고용노동 1211건)이며, 572건(고용노동 259건)이 처리됐다.  환노위에서 처리된 고용노동 관련 법안 중 기업 활동을 지원하거나 규제 해소 등의 법안은 23건(9%)에 불과했다. 사실상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내용만 소위를 통과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균형을 맞춰야 하는 국회에서 역으로 균형을 붕괴시키는 실정이다.  중소제조업 현장에서는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했다고 평가한다. 경기도 평택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번 중처법 대상에 포함되는 사업장인 만큼 제도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일손이 모자를 때는 생산라인에 직접 뛰어들 정도다. 기존 인력의 안전관리 교육을 보내는 방법도 현실적으로는 활용이 어렵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들의 이목은 안전관리자에 쏠렸다. 안전관리자 배치 의무가 없어도 산업재해 발생 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이를 점검해야 한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비상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하고 필요시 대응 훈련도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의 제도 대응을 위해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공동안전관리자의 도입을 촉구했고, 정부도 이에 공감하는 상황이다. 공동안전관리자는 유사 업종의 업체들이 안전관리자를 공동으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안전관리인력 채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제도 의무사항까지 준수하게 된다.  정부는 50인 미만 기업이 주변의 동종·유사기업들과 함께 안전보건전문가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전보건전문가 공동 채용 지원 예산은 약 120억원이다. 각 협회 자율에 따라 운영하지만 전문가 1명이 관리하는 기업은 최대 20곳 가량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고용노동 부문의 정책 균형을 위해 현장을 직접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군포시의 금형업체에 근무하는 홍 씨는 “근로자를 위한 법안들이 통과되고 있다는 지인들의 소식에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니,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면서 “탁상공론은 그만두고 실제 생업 현장에서는 사업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눈으로 살펴봐야 현실을 깨달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