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공약 비교] '일자리' 표심 구애 방안은…"사회 서비스형" vs "4.5일제 도입"
국민의힘, '민간 권한 강화' 방식 공약 민주당, '노동 환경 개선'에 무게
2024-02-13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여야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제각기 다양한 부문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국민 개개인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여야는 서로 공약 경쟁을 통해 표심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다만 양당 간 일자리 문제 해소에 대한 접근 방법이 상당히 차이가 나 실제 정책 입안까지는 진통이 예고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의 일자리 증진 정책을 꾀하고 있다. 우선 노인층을 대상으로 전임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형 일자리' 대신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여당은 줄곧 문재인 정부 당시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 확대를 비판했기에, 이에 따른 대체 공약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3년도 예산안'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 60만8000개 중 약 10%인 6만1000개를 삭감한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공공형 일자리는 노인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75세 이상 고령자들이 비교적 낮은 보수를 받고 적은 시간 일하는 일자리다. 반면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사회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에 노인 인력을 제공하는 형태로, 민간 위탁 등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차이를 보인다. 노인 복지의 효과는 유지하는 대신 정부 개입을 보다 줄여 시장 기반 접근을 촉진하는 형태다. 또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 등을 계속해 추진하는 등 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으나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인 중소 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간 시행이 유예됐다. 이후 지난달 27일부터는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됐는데,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 등을 이를 재차 유예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지역 기회 발전 특구로 이전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상속세 면제' 공약 등도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고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 제공 등을 위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인구감소지역에 외국인 정착을 유도하고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확대 실시 계획도 밝혔다. 거주지, 소득, 학력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 인력을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추천을 통해 인구감소지역에 거주 가능 비자를 발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의 자격 요건 기준 등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노동 환경 개선을 통한 표심 확보에 보다 치중하는 모양새다. 우선 정부가 일부 업종에 대해 주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한 것에 맞서 '주 4.5일제' 추진을 주장했다. 구체적인 단축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기존 민주당에서 발의된 법안 등은 기업이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 국가·지자체가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노동자 안전 확보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도 추진한다. 산업재해의 조사, 감독, 지도를 비롯해 재해 예방에 대한 기술적·재정적 지원 등의 역할을 해나가는 정부 조직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또 민주당 내부에서는 산업재해의 영역에 성희롱과 성차별 등을 포함하는 등 더욱 현실에 밀착한 노동자 보호책 등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방 일자리 대책으로는 무엇보다 지역 일자리 공급을 위한 방안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특히 지역거점대학을 육성해 청년들의 지역행을 돕는 정책을 고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지역 대학의 교육 경쟁력을 제고하고, 적극적인 인프라 개선과 일자리 연계 촉진 방안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처럼 일자리 관련 정책에 있어 양당이 현저한 접근 방식의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상호 협상과 타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실제 양당은 이념적 차이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 등의 입안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총선에서 대중의 지지를 보다 더 확보하는 당이 정책 추진에 있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