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LG와 동맹 늘리는 완성차들
GM 바라 회장 직접 등판해 삼성·LG 주요 경영진 회동 배터리 이어 원자재·전장·반도체 등 전방위 확대 기대감 현대차 'SDV 플랫폼' 개발에 삼성 반도체 솔루션 접목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삼성, LG그룹과의 전략적 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동화, 소프트웨어 전환을 골자로 한 모빌리티 시장 변화에 맞춰 동맹 전선을 늘리며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 시장 1위 제너럴모터스(GM)와 삼성‧LG그룹 간 더 긴밀한 협력 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이들의 협업 범위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시작해 배터리 소재와 전장, 반도체까지 대폭 확대되고 있다.
실제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난 6일 회장 취임 후 첫 방한해 삼성, LG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만나 미래차 전 분야에 걸쳐 협력 관계를 논의했다. 특히 GM은 이날 LG화학과 25조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이목을 끌었다. 배터리에 이어 배터리 소재로 협업 전선을 확장한 셈이다. 계약 규모는 전기차(EV) 5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글로벌 판매 3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도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 LG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미래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구축을 모두 꾀하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현대차그룹 '포티투닷'과 삼성전자가 전장용 프로세서(엑시노스 오토)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플랫폼을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포티투닷은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핵심 계열사이자 두뇌기지로 통한다.
이 협약에 따라 포티투닷은 내년까지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차량용 반도체를 활용해 인공지능(AI) 기반의 SDV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최신 시스템온칩(SoC)을 적용한 엑시노스 개발 플랫폼도 제공한다.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차세대자동차플랫폼) 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삼성전자의 협력을 통해 사용자가 복잡한 기술을 몰라도 물 흐르듯 연결되고 확장되는 새로운 서비스들로 이어지며 안전하고 즐거운 이동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SDV 플랫폼 완성을 목표로 반도체 협력을 강화한 건 '미래차 동맹'의 수위를 이전과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비전을 설정한 만큼 모빌리티 전 부문의 소프트웨어 체질 개선에 삼성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외에도 현대차·기아는 자사 커넥티드카 서비스에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 결합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차 안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화면 터치 또는 음성 명령으로 다양한 전자 기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한 차량 제어도 가능해진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삼성SDI 배터리를 현대차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가 유럽에서 팔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가 그 대상이다.
삼성과 LG 입장에서도 글로벌 완성차로의 수주 확대는 미래 먹거리 확보와 결부된 시장 확대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전자 계열사들은 스마트카로의 진화에 발맞춰 주요 완성차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시장 공략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해외 주요 기업들도 분야를 넘나드는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당장 올 2분기부터 오픈AI의 '챗GPT'를 적용한 차량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구글과 손을 잡았으며, 소니혼다모빌리티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해 전기차 '아필라'에 생성형 AI 기반 음성 비서를 탑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