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규제 겹악재…中企 수출 ‘적신호’
EU CBAM 이어 미국 CCA까지 탄소중립 요구 확산 국내 中企 연쇄충격 우려도…정부 지원책 개편 필요
2025-02-14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글로벌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화두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 달라지는 제도다. EU에 이어 미국도 ‘청정경쟁법(CCA)’이 시행된다. 미국판 탄소국경세라고 평가받는 만큼,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전선은 비상 상황이다. EU는 지난해 말 CBAM을 시범 도입했다.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하지만, 전환기간인 현재 시점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분기별로 탄소 배출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입장이다. 해당 중소기업은 1600여곳에 달한다. 탄소국경세가 현실로 성큼 다가오면서 중소기업은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78.3%가 CBAM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직접 영향권인 EU 수출 실적이 있거나 진출 계획이 있는 기업도 54.9%가 ‘특별한 대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소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총력을 키울이고 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올해 신규로 ‘CBAM 대응 인프라 구축사업’을 실시한다. 100개사 이상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제품별 탄소 배출량 산정 컨설팅이 대표적인 지원책으로 꼽힌다. CBAM 도입국의 요건에 맞춘 검증서도 발급한다. 하지만 수출 악재는 미국에서도 발생했다. 미국은 CCA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CCA는 2022년 6월 미국 상원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세수 확보를 명분으로 발의했다. 작년 말 미국 민주당이 재발의했다. 공화당의 지지를 얻어 통과될 확률이 높은 제도다. CCA는 정유, 석유화학, 철강, 유리, 제지 등 에너지 집약 산업군에 속하는 12개 수입품목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1t당 55달러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유럽의 CBAM보다 광범위한 품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중소기업 수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반등하고 있어 미국의 행보는 수출전선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중소기업 수출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작년 중소기업 수출은 전년(1145억달러) 대비 2.3% 감소한 1118억달러로 집계됐다. 상반기 수출 감소 여파로 전체적인 수치에서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해 회복세로 전환했다. 미국은 단일국가로 국내 수출 비중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지난해 미국 수출액은 17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162억5000만달러) 대비 5.2% 증가했다. 정부의 탈중국 기조와 맞물려 수출 비중도 확대되는 추세다. 결국 미국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도 하락할 것이라는 뜻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범운영에 돌입한 CBAM도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소로 꼽히는 가운데, CCA까지 시행되면 연쇄충격 현상이 국내 기업에 발생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책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