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산업, ‘온디바이스’ 너도나도 출시 경쟁

갤럭시S24로 포문 연 삼성, 사전예약 대흥행…업계 신성장동력 부상 노트북·워치 등에 도입…유영상 SKT 대표도 “신규 서비스 발굴” 시사 구글·애플·샤오미도 올해 탑재 예상…정부도 '온디바이스 전략' 수립 계획

2025-02-14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을 기기 내부에 탑재하는 '온디바이스 AI'가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온디바이스 시대’를 연 삼성전자의 첫 AI 스마트폰 '갤럭시S24'를 필두로 가전·TV·자동차 등 적용 범위를 넓히며 시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온디바이스 AI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관련 기술을 넣은 PC와 스마트폰이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AI 기능을 가진 PC와 스마트폰이 약 2억9500만대 출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출하량이 약 2900만대였음을 고려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LG전자를 필두로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무선 이어폰, 노트북 등 전 제품군에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하기 위해 관련 기술 연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S24 시리즈’가 사전예약 판매량 121만대를 기록, 신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우며 대흥행을 거두자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초 AI 기능을 도입한 노트북인 '갤럭시북 4 시리즈'와 'LG 그램 프로'를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인텔의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가 내장됐다. 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활용돼 노트북 내에서 자체 AI 연산도 가능하다. 지난달 11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북 4 시리즈’의 경우 국내 1주일 판매량이 전작보다 약 1.5배 증가하는 등 성공적인 초기 판매 성과를 올렸다. 관련 기술 역량 확보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AI 기술 개발 및 서비스 기업인 업스테이지와 ‘온디바이스 AI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경량화 언어 모델(SLM)과 노트북에 적용하는 AI 기능 및 서비스 개발 협업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온디바이스 AI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달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회사의 AI 방향성에 대해 AI를 접목한 통신 서비스와 개인비서, 그리고 온디바이스를 제시했다. 온디바이스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AI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 대표는 “지난해 AI 피라미드 전략을 세워 발표했는데 올해는 실행하고 성과까지 내는게 중점”이라며 “챗GPT가 나오고 AI를 어떻게 해야할지 글로벌 통신사와 고민을 많이 했고, 1년 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온디바이스 AI가 현재는 스마트폰에 한정돼 있는데 지금 새로운 디바이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새로운 디바이스들이 나온다면 그쪽의 AI 서비스를 타겟으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관련 기술 적용 범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 생성형 AI인 ‘제미나이 나노’를 최신 스마트폰 픽셀8 프로에 탑재할 예정이다. 제미나이 나노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대화 요약 기능을 제공하고 키보드 앱 ‘G보드’를 통해 자동으로 최적의 답변을 제안하는 구글의 온디바이스 AI다. 애플에서는 올해 가을로 출시가 예정된 아이폰16 시리즈에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애플은 이미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자사 AI 칩 ‘M3’ 기반 맥북에 온디바이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또 온디바이스AI 성능을 개선해 아이폰에 들어가는 AI 비서 ‘시리(Siri)’의 성능과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할 방침이다. 샤오미,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업체들도 올해부터 모든 모바일 기기에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할 방침이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정부도 온디바이스 AI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사격에 나선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고난도 AI 연구를 수행하는 ‘AI 연구거점’을 한국과 미국에 만들고, ‘온디바이스 AI 활성화 전략’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3일 AI 분야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올해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온디바이스를 비롯한 차세대 AI 기술개발에 올해 24억58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산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초기 시장 단계인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조정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모바일 기기와 PC를 시작으로 웨어러블 기기, 드론, 자율주행차, 로봇 등 거의 모든 제품에 온디바이스AI가 본격적으로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