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총체적 난국의 건설업, 자구책 먼저 내놔야

2025-02-15     권영현 기자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앞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발표로 기준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1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멀어진 가운데 건설업계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고금리로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거나 금융비용이 축적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누구보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소식을 기다렸던 업계 중 하나다. 특히 지난 연말 태영건설발 PF 사태 이후 현재까지도 일부 중견건설사가 총선 후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란 흉흉한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7일부터 사실상 모든 건설현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됐고, 미분양 주택도 10개월 만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준공후 미분양은 3개월 연속 1만가구를 넘긴 상황에 3월에는 청약홈 개편으로 아파트 분양이 전면 중단되고 4월에는 총선까지 예정돼 있다. 또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도 인상돼 원가이익률까지 줄어든 상황이라 분양가도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상황이다.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수요자들이 청약에 나서지 않거나 당첨되더라도 포기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건설사들도 발코니 확장 등 각종 유상옵션을 무상 제공하거나 할인 분양에 나서고는 있지만 분양가 인하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정부의 무한정 지원은 바라면서도 자구책 마련에는 선뜻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사실상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다. 다만 건설사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전가된다. 수요자들은 집값이 비싸 내 집 마련에 실패하거나 건설업계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건설업계 임금 체불은 1년 만에 50%가량 늘어 4363억원을 기록했고, 전체 임금체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4%까지 늘어났다. 건설사들이 자금난, 경영난을 겪으면서 서민인 건설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만났던 한 건설 현장 인부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경우가 많고, 월급 중 최소 생활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집에 부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월급이 안 나오면 아무래도 어렵다”라며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현장이 많은 것도 아니라 임금이 체불되는 현장에선 작업자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4%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우리나라 건설업계 위기는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정부도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다만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보다 자구책 마련이 선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업계에서도 받아들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