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반등’에도 안 돌아온 개미… 美·日증시 강세에 韓증시 외면
개인, 이달 코스피 시장서 7조원 가량 순매도
미국·일본 주식 보관액 역대 최대 규모 기록
2025-02-1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증시에서의 '동학개미(국내 개인 투자자)'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2월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하고 있지만 개미들은 짐을 싸고 았다. 국내 증시의 수익률이 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미국·일본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조6992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 및 외국인은 각각 1조4039억원, 5조4301억원을 사들였다. 이달'저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주에 매수세가 집중되며 코스피 지수도 2600선을 회복했는데, 국내 개인 투자자보다는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이달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국내 증시가 반등하자 개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반면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8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은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2040억원어치 순매도하는 동안 외국인투자자는 6조45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7.13% 올랐다.
국내 증시를 떠난 개인투자자 자금 중 상당수는 해외 증시를 향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최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11억5800만달러(약 1조5384억원)로 집계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고가를 경신한 미국·일본 증시와 달리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손실권에 있던 자금을 빠르게 차익 실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해외 증시로 떠난 개인투자자의 성과는 높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테슬라로 5억8027만달러(약 771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17억650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이 기간 테슬라 주가는 24.29% 급락했다. 지난해 4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중국 업체 비야디에 내줬고, 실적도 시장 전망치를 밑돈 영향이다. 개인들은 테슬라 주가가 오를 때 2배 이익을 얻는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깃 ETF’도 1억79만달러(약 1340억원)어치 사들이며 해외 주식 순매수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를 제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가 1.69% 하락할 동안 미국 나스닥 지수는 6% 넘게 상승했고, 일본 니케이225 지수도 13% 넘게 올라 호황을 누리는 만큼 뒤처지는 수익률이 개인의 신뢰를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서 미국·일본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는 현상이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2월이 채 끝나기 전인 현재 696억달러까지 모였는데, 지난 1월(647억달러)에 비해 상당히 커졌다. 일본주식 보관금액도 2월 현재 38억달러 수준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1월(39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 11월(41억달러)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에 남은 개인 투자자들도 국내 대형주보다는 대표지수 역추종 ETF, 혹은 해외 지수 추종 ETF를 중심으로 순매수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최근 10일 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ETF·ETN 포함)은 코스피200 지수를 두 배 역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였다. 이외에도 'KODEX 인버스',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등도 순위권에 올랐다.
또 다른 인기 순매수 종목은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 'TIGER 미국S&P500' 등 ETF였다. 이외에도 KIB플러그에너지, 오가닉티코스메틱, 카나리아바이오, 골든센츄리 등 코스피·코스닥 시장 내 중소형주들에 투심이 몰렸다.
정작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 ETF나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차·미래에셋증권 등 대형주들은 개인의 외면을 받아 순매도 종목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시기까지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 속도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당 시기까지 국내 증시에서 수 가지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도 개인들의 투심을 당장 돌려놓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오는 3월 말 배당금 지급, 총선 이후 증시 부양책의 정책모멘텀 소진, 6월 공매도 재개 가능성이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상반기 한국 증시는 박스권, 미국 증시는 한차례 오른 후 정체하면서 금리 인하 시그널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