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K-건설 구원투수 해외수주… '기대 반, 우려 반'

건설업계, 국내 침체 돌파구로 해외 확장 '방점' 정부지원과 시너지 기대 VS 전년 대비 발주물량 감소 우려

2024-02-15     권한일 기자
올해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주요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업 침체 속에서 해외사업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정부도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15일 해외건설통합정보 수주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건설사들이 거둔 해외 수주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123%) 급증한 14억7015만 달러(한화 1조9600억원)로 집계됐다. 진출업체(98개사)와 진출국(42개국), 수주건(64건) 등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줄었지만 양질의 수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1월은 전통적인 해외수주 비수기인 데다, 정부의 '원팀코리아' 지원 없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작년 1월에는 정부가 원팀코리아를 기치로 사우디·이라크·카타르 등 중동 3개국과 페루·파나마 등 중남미를 찾아 적극적인 수주 외교를 펼쳤으나, 올해 1월에는 국내 주택 공급 활성화에 주력하면서 활동이 뜸했다. 대표적으로 SGC이테크건설은 △사우디 SEPC Ethylene 크래커 확장 프로젝트 △말레이시아 OCI MP7(클로르알칼리) 및 ME1(에피클로로히드린) 화학 플랜트 등에서 총 6억5996만 달러(약 8800억원)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국내 건설사 1월 총 해외 수주액의 45%에 달한다. GS건설도 스페인(신규)·태국(변경)에서 2억2000만달러(비중 15.2%)를 기록했다. 반도종합건설은 미국 LA에서 아파트 시행·시공·임대관리 등 사업 전 과정을 총괄하는 두 번째 사업인 'The BORA 3020'로 7500만 달러를 올렸다. 쌍용건설은 모기업인 글로벌세아 공장이 있는 중남미 국가 아이티에서 5700만 달러(약 750억원) 규모 태양광 발전소와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를 짓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다만 이번 수주 건은 아직 해외건설협회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건설사들의 자체 노력 기반 위에 원팀코리아가 재가동되면 더욱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물산
일각에서는 국토부 장관 교체를 비롯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 일조한 삼성전자·현대차·SK 등 주요 그룹 제조사들의 현지 공장 신규 발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간 시너지가 발휘될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경우 전통적 플랜트 수주에 주력했던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달리, 해외에서도 주택건설업 수주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해외 주택건설업 수주 비중은 플랜트 수주의 절반 정도 비중이다. 아울러 지난해 국내 321개 건설사는 해외 95개국에서 333억1000만달러를 수주했지만, 이 가운데 40%에 달하는 100억 달러는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국내 대기업 제조사 현지 공장 물량이었다. 이를 통해 총수주액은 1년 전보다 7.5% 늘었고, 4년 연속 해외수주 300억 달러(약 40조원)를 달성할 수 있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대응에 나선 국내 대기업들이 IRA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현지 공장 설립에 적극 나섰고 건설 계열사에서 이를 따낸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주요 제조사들로부터 이렇다 할 현지 발주 소식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형건설사들이 지난해부터 눈독 들여온 해외 대형 발주 및 입찰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례로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전 △사우디 네옴시티 PJT(프로젝트) △사우디 엑스포 인프라 PJT △UAE LNG(액화천연가스)·신재생 에너지 PJT △인도네시아 신수도 PJT △말레이시아 수소 PJT 등 중동·동남아권에서 수주 낭보가 기대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는 사우디 네옴과 UAE 플랜트 등 적체된 발주 건을 비롯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후 재건 사업 등도 최근 양국간 협상 재개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어 해외 진출의 또 다른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를 400억 달러로 상향했다. 또 2027년까지 연간 해외건설 수주 500억 달러 달성 및 4대 건설 강국 진입을 내걸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통한 지분 투자를 늘리고 기존 도급 방식에서 투자개발 방식으로 전환해 수주 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