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악재'에 눈덩이 충당금… 증권사 실적 한파
연간 순이익 역성장도… 금융당국, 추가 적립 유도
2024-02-18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지난해 대형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 등 대규모 비용 발생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사 기업설명(I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자기자본 상위 7개사 가운데 5곳이 연결 기준 4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PF 관련 위기감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이 사업장 재평가와 보수적인 시나리오에 기반한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적극 유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연간 순이익이 역성장한 증권사도 적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298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8% 감소했으며, 하나증권은 270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10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5% 급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연결 기준 작년 당기순이익이 6974억원으로 1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100% 자회사와 해외 법인들을 제외하고 별도 기준을 적용하면 작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28.6% 감소한 2953억원으로 줄어든다. 증권사들은 감사보고서 공개 전 구체적인 충당금 적립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회사마다 4분기에만 1000억원 이상씩을 쌓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충당금 적립과 투자목적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및 손상차손으로 지난해 4900억원의 비용을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회사 측은 4분기에만 태영건설 관련 500억원, 부동산 PF 관련 400억원 등 총 9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기업금융(IB) 부문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기업공개(IPO)와 자금조달 시장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IB 수익은 재작년 5094억원에서 작년 1694억원으로 66.7% 급감했다. 특히 PF와 인수·합병(M&A) 관련 수익에선 부동산 PF 충당금과 평가손실 증가로 1728억원 적자가 났다. 삼성증권은 작년 4분기에 시장 예상보다 큰 15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타사보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충당금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지난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1441억원이었으며 특히 4분기에만 1067억원을 쌓았다. 이는 전 분기(162억원) 대비 558.6% 급증한 규모다. 하나증권은 4분기에 충당금 1240억원을 적립하고 투자 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2600억원을 인식해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신한투자증권은 4분기 대체투자자산 평가손실 1633억원 등 비용 요인을 반영해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