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승계에 머리 복잡한 재계…지분 정리 셈법 고민

오너 일가 2세·3세·4세 경영 일선 배치 등 세대교체 본격화 지분정리는 아직 소극적…상속세 등 세금에 따른 부담 상당해

2025-02-18     신영욱 기자
(왼쪽부터)이규호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국내 주요 그룹들이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근 오너 일가의 2세·3세·4세들이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온전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정리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상속세나 증여세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커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이규호 사장을 지주사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코오롱그룹은 장남 승계가 원칙인 데다 이규호 부회장이 이웅열 명예회장의 외동아들인 만큼 사실상 경영권 승계 구도는 정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명예회장이 과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현재 회장 자리가 현재 공석인 상황이다. 문제는 지분 정리다. 이 부회장은 현재 별다른 지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웅열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49.74%(627만9798주)를 어떻게 물려줄지가 승계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증여세의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이규호 부회장 개인으로서는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과제도 존재한다. 과거 이웅열 명예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나는 (아들에게)기회를 주는 것이고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 돼야 (경영승계가)가능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HD현대의 정기선 부회장을 차기 총수로 하는 시나리오의 승계가 예상된다. 다만 HD현대의 승계 역시 지분 정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기선 부회장이 지분 5.26%로 개인 2대 주주이나,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보유 지분이 26.60%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해당 지분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여동생인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막내 정예선씨는 HD현대 지분이 없는 만큼, 정기선 부회장이 상당 부분을 넘겨받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 역시 경영권 승계 밑그림은 완성 단계이나 지분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그룹의 승계 시나리오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한화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우주·항공·방산 부문을 맡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각각 금융 계열사와 호텔과 리조트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직 별 다른 지분 정리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기준 ㈜한화 지분을 4.91%,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2.14%씩 보유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지분율은 22.65%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현대모비스 지분율 상승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인데,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정몽구 명예회장의 보유한 지분의 중요도가 높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5.39% △현대모비스 7.19% △현대제철 11.81% △현대엔지니어링 4.6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정 명예회장이 명예회장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해비치) 지분을 막내딸인 정윤이 사장에게 모두 넘기면서 다른 계열사 지분 증여에 대한 관심도 기존 대비 상승한 상태다. KG그룹의 경우 지난해 11월 곽재선 회장의 장남 곽정현씨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한 곽 사장의 지배력도 확대하고 있다. KG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KG ETS가 KG 모빌리티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며, KG ETS가 최대주주가 됐다. KG ETS의 KG 모빌리티 지분율은 58.84% 수준이다. 이를 통해 KG 모빌리티와 관련해 KG제로인, KG케미칼, KG ETS, KG 모빌리티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갖춘 상태다. KG케미칼은 곽재선 회장과 곽정현 사장의 지분율이 16.09%와 3.07%로 핵심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