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의대 정원 확대 늦출 수 없어…국민 생명 볼모 안 돼"
18일 정부서울청사서 대국민 담화 "의료 현장과 환자의 곁을 지켜달라"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이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의료 현장과 환자의 곁을 지켜달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의료계 일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거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의료 체계는 위기에 놓여 있고, 환자와 의사 모두 심각한 괴로움을 겪고 있다"며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의료 수요와 기대 수준은 높아지는데, 낡고 불합리한 의료 체계는 그대로 둔 채 의사 개개인의 헌신과 희생에 의존해 온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의료 개혁 방향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1998년 증원 이후 27년간 한 명도 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의약분업 이후 정원을 감축하여 2006년부터 지난 19년간 감소된 상태로 유지돼 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35년에는 의사가 1만 5000명이 부족할 것이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들 역시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총리는 정원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갑작스러운 증원으로 의학 교육 질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2000명 증원 규모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대학들이 신중히 논의해 검증을 마친 결과치"라고 피력했다.
이어 "각 대학이 과목별 교수를 늘리고, 필수 의료와 실습 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력을 기울여 지원하겠다"고 부연했다.
한 총리는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료인력 확충·지역의료 강화·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보상 체계 공정성 제고)'를 달성하기 위해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지방병원 육성과 필수의사 확보 △맞춤형 지역 수가 등 지역의료 체계에 대한 투자 확대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계약형 지역 필수 의사제도 실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으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의료 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언제든지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집단행동이 아닌 합리적인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