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상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나라

2024-02-19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답답하거나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 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을 뜻하는 ‘상식’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최근 정부의 행태를 보면 자주 등장하게 된다.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벌어진 일명 ‘입틀막’ 사건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이날 졸업식에서 R&D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친 졸업생을 대통령 경호실 직원이 야만적인 방법으로 끌어낸 사건이다. 대통령 경호실에서는 “메뉴얼 대로 했다”라고 말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비판하는 사람을 물리적인 방법으로 진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이 취임 당시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옮기며 ‘소통 대통령’을 강조한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독일-덴마크 순방을 출발 나흘 전에 취소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원래대로라면 윤 대통령 내외는 18일 독일을 국빈 방문, 덴마크를 공식 방문하며 이번주에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어야 했다. 특히 독일 국빈 방문은 ‘한독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매우 뜻깊은 행사였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해당 순방을 연기했다. 연기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취소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연기 이유로 내세운 것은 ‘민생과 안보’다. 이 말대로면 남북 관계가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그 어떤 국가도 순방하면 안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또한 상식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행보다. 금융권에서도 정부의 일방 통행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금융사의 무조건적인 희생만이 강조되고 있는 ‘관치금융’ 행보를 걷고 있다. 특히 은행권들이 포용하지 못했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품어왔던 제2금융 및 대부업에서는 정부의 ‘일방통행’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2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의 서민 금융 일환으로 금융사들이 일정 부분 희생을 감내하는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업권과 시장간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인 대책을 내놔야 하는 정부가 관련 내용을 들어보지 않고,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요구하는 현재 상황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2020년대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벗어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올라섰다. 이미 전세계를 사로잡은 K-POP뿐만 아니라 산업·금융 등 대부분 분야에서 여타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듭났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작금의 행태는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한 우리나라에서 ‘상식’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자신에게 비판을 했다고 사람을 끌어내는 상황, 정치적인 이유로 국익이라고 외쳤던 해외 순방을 출발 나흘 전에 포기한 일, 행정상 무능을 단  한번의 K-POP 공연으로 무마하려 했던 사건 등은 1980년대 ‘서울의 봄’이 오기 전에 발생했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혁명을 넘어 ‘디지털 일상’을 바라보는 현재가 아닌 정부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안타까운 시선이 내포된 국정 활동으로 국민들에게 ‘상식’이란게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