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공사비 갈등, 그 해법은
2024-02-20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강남 한강변 재건축 최대어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사업이 공사비 증액문제로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2019년 5월 기준 2조6363억원에서 2023년 8월 기준 4조775원으로 증액됐다. 3.3㎡당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오른다. 조합원 1인당 6억원을 더 부담한다는 의미다.
최근 인건비와 공사자재비 인상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해도 증액금 1조4000억원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에는 조합이 난감할 것이다. 또 다른 강남 반포 재건축 사업장인 신반포22차는 공사비 2.5배 이상 증액돼 비슷한 홍역을 앓고 있다.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는 3.3㎡당 500만원선이었는데 최근 130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두고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3.3㎡당 가격만 보자면 차라리 반포주공1단지가 양호한 것처럼 보인다. 신반포22차는 160세대 소규모 단지로 일반분양도 28세대밖에 되지 않아 공사비 인상 압박이 더 크게 작용된 것 같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공사가 중단됐고, 북아현2구역과 잠실진주도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남양주에는 단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조합총회에서 공사비 증액안을 부결하고 새로운 시공사로 교체하려고 해도 낮은 공사비를 받고 참여하려는 건설사가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노량진1구역의 경우 당초 695만원이었던 공사비를 730만원으로 높여 지난 2023년 11월 입찰공고를 냈지만,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금리인상과 인건비, 건축자재비 등 물가상승으로 2021년 대비 38%이상 건축비가 올랐다. 따라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한 부분은 있다. 하지만 조합원이 소유한 토지 위에 건설하는 재건축정비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과도한 인상요구라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민간 분양단지 분양금액 중 대지비를 제외한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 된다. 설사 물가가 2배 올라 건축비 2배 인상요인이 발생했다 쳐도 기존 공사비에서 20% 이상 올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갈등이 지속되면 결국 새 아파트 공급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PF 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기자본 비율을 20%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시행사가 충분한 자기자본 비율을 확보하는 것은 맞지만 대단지 아파트 사업이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기자본비율을 20% 수준으로 높이면 대기업이 아니면 아파트 사업을 할 수 없어 공급물량은 더 급감할 것이고, 몇 년 후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물가안정에 온 힘을 집중하고 공사비 인상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 합리적인 수준의 공사비 인상을 도출해야 한다. 다양한 세제혜택과 금리지원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거나 청약이나 매매를 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