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지용의 시 ‘향수’를 연상시키는 『삶은 그냥 견디는 것이다』
- 류재준 작가의 지혜와 통찰의 추억 여행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때로는 고되고 힘든 삶을 어떻게 살아가면 될지 생각하게 만드는 따뜻한 문체의 수필집이 출간됐다.
북랩은 인생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들에 위로를 건네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힘을 주는 이야기를 담아 『삶은 그냥 견디는 것이다』를 펴냈다.
이 책에서는 그 옛날 정겨웠던 초가지붕과 동식물로 풍성했던 시골 냇가가 반갑게 얼굴을 내민다. 산업화 과정 속에서 사라졌던 아름다운 온갖 것들이 고향 마을에 대한 그리움, 향수를 자극한다. 그러기에 이 책은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의 산문 버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지금 586세대 언저리에 있는 저자는 동시대의 사람들이 으레 겪었을 삶의 질곡을 가르치는 어투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다정다감한 문체로 실감 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시골에서 자란 혹은 동시대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이젠 추억 속 그림이 된 그때 그 당시로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헐벗고 먹을 것이 부족해 항상 배고팠지만 온 동네 골목길을 휘젓고 내달으며 신나게 놀았던 어릴 적 친구들도 아른거린다.
이 작품은 무슨 고상한 뜻과 의미를 담고 있는 고담준론(高談峻論)의 책은 아니다. 저자는 다양한 주제의 글을 다루고 있는데, 삶의 흔적과 더불어 자연, 사회, 철학, 정치, 지역의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도시정책과 지역개발은 저자가 업으로 삼고 있는 터라 이런저런 넋두리를 쏟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의 글 한 편 한 편은 그 자체로 완결미가 있다.
‘삶은 그냥 견디는 것이다’의 이로움은 일단 단문 위주로 쓰여 쉽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점이다. 허투루 내뱉는 말의 성찬은 찾아볼 수 없다. 낱말 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메모해 간직해도 좋을 정도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한 흔적이 드러난다. 새벽녘 산책과 명상을 통해 숙고하고 어떤 화두라도 결국엔 우리 인생사에 견줘 글을 쓰고 있다.
특히 글 편편마다 삶을 관조하는 자세, 삶의 지혜가 잘 묻어나고 있다. 글은 이래야 한다는 ‘수필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평범한 직장생활과 함께 시골에서 농사일하고 있으며, 아무리 바빠도 일상생활 속 주제를 골라서 매일 열줄쓰기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