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막말로 얼룩진 醫·政…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의료계, 박민수 차관 '의새' 발음에 비난 수위 높여 박 차관 "의협이 전공의 집단 사직 부추겨"

2025-02-21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에게 막말을 쏟아내고, 고소 등 법적 조치를 남발하며 갈등이 극에 달했다. 두 진영의 의견 차이가 감정 싸움으로 이어지면서, 내부서도 자중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최근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발음한 문제를 두고, 의사 단체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당시 박 2차관은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사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다"고 말했는데, 의료계는 '의사'의 발음이 '의새'로 들렸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의새는 ‘의사 새X’의 준말로,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에 의료계는 박 차관을 상대로 경찰 고발에 나섰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보건복지부 차관 박민수 의사 모욕죄'라고 쓰인 고발장을 들고 서울경찰청 앞에서 촬영한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한편 의료계에서 나온 과격한 발언도 ‘지나치게 오만하다’는 이유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한명의 의사라도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한다”고 발언했다. 또 최근 의협이 진행한 궐기대회에 참가한 한 의료인의 "의사가 환자를 두고 병원을 어떻게 떠나느냐 하시겠지만,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선량함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도 구설수에 올랐다. 두 표현 모두 의사들이 평소 국민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선민 의식’이 깔린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대한의사협회가 전공의의 집단 사직을 부추겼다며 강도 높은 표현까지 동원해 비판했다. 박 차관은 "의협이 정부의 조치를 '의사에 대한 도전'이라고 하고,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처벌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 국무총리의 담화문도 '겁박'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정부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2명에게 ‘의사 면허 자격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복지부는 ‘집단행동 교사금지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행정처분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의협 비대위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첫 비대위 정례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이성을 상실한 수준의 탄압"이라며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했다. 주수호 비대위 홍보위원장(전 의협 회장)은 "의사들은 대한민국이 무리한 법 적용 남용이 가능한 독재국가인 줄 몰랐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정부가 아무리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을 탄압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한 명의 의사가 탄압받으면 1000명의 의사가 포기할 것이며, 향후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의사를 포기할 것"이라 발언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각 행정부처를 동원해 의료계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실시하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은 21일 오후 2시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회의를 진행,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세력을 구속하겠다고 전했다. 또 정상진료나 진료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덧붙였다.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또 불법 집단행동에 일시 가담했더라도 조기에 현장에 복귀하면 그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 처분할 것이라는 회유책도 내밀었다.

양측의 감정 싸움이 깊어진 만큼, 향후 두 진영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제대로 된 대화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일부 내부 관계자들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논의를 해야지,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S병원 의료인은 "의료계와 정부가 내세우는 의대 증원에 대한 찬반 논리는 국민들이 보기에 조금씩 부족한 상황이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상대 진영과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표현 하나하나에 트집을 잡는 감정 싸움만 하고 있다. 향후 극적으로 협상 자리가 마련된다 해도, 어떤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