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에 신탁업계 실적 반토막...신용도 뚝뚝
지난해 연간 당기순익 2491억원...전년 比 61.2%↓ 증권가 “대출채권 관련 손실 인식...적자 전환 원인”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커지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가는 가운데 부동산신탁사들의 실적과 신용도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실적 악화는 신용도 훼손과 자금 조달력 저하로 이어지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사 14곳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총합은 24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당기순이익 총합(6천426억원) 대비 61.2% 급감했다.
회사별로 보면 2022년 677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KB부동산신탁이 841억원 당기순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교보자산신탁도 2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외에 △무궁화신탁(-89.3%) △코람코자산신탁(-89.1%) △대한토지신탁(-55.4%) △코리아신탁(-47.0%) △우리자산신탁(-46.6%) 등도 전년 대비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각각 급감했다.
그간 신탁사 수익에 효자 노릇을 해 왔던 책임준공 관리형 신탁 방식의 사업 리스크가 실현되며 대출채권 손실을 반영한 영향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탁사별 실적 차이는 주로 대출채권 관련 손실에서 나타났는데, 책임준공 관리형 신탁에서의 대손 반영이 컸다”면서 “이를 중점적으로 수주해온 KB·교보자산신탁의 지난해 순손실 전환이 이를 방증한다”고 밝혔다.
신탁사의 사업 형태는 통상 ‘차입형 토지신탁’과 ‘관리형 토지신탁’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신탁사가 사업비를 직접 조달해 건설하는 방식이며 후자는 신탁사가 자금 차입에 대한 책임은 부담하지 않고 명목적인 사업시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 중 관리형 토지신탁은 대부분 약정된 기한 내 공사 완료·사용 승인·준공 인가를 받겠다고 약정하는 책임준공확약을 제공하는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이다.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은 규모가 작고 담보력이 낮은 오피스텔 등 비(非) 아파트의 비중이 크다. 신탁사는 큰 자기자본 투자 없이도 많은 수주를 따낼 수 있었지만, 현재는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사업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탁사 14개사의 신탁계정대여금은 작년 말 기준 4조9000억원으로 1년 전(약 2조6000억원)보다 88% 급증했다. 한신평은 “신탁계정대여금은 사업성이 저하된 책임준공 관리형 개발신탁 사업장이나 분양 성과가 저조한 차입형 개발신탁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신탁사가 사업장에 대여금을 지급하기 위해 외부에서 조달하는 차입부채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신탁사의 실적 저하는 신용등급 강등과 그로 인한 자본 조달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신평은 자산총계 기준 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강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