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학살'에 반발 속출…'비명계'는 집단행동 예고
野 일각서 "'비명' 가죽으로 '찐명' 가죽잠바 만들어" 새로운미래 등 제3정당, 탈당 의원 모시기 나서기도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의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에 해당하는 의원 평가 '하위 30%' 통보가 '비명(비이재명)'계에 집중됐다며 대규모 집단 행동의 움직임이 관측된다.
21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역 국회의원 중 의정활동 하위 10% 평가를 받은 의원들을 권역별로 나눠 컷오프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울산·경남 등 소위 'PK' 의원 3명을 포함해 현역 중 컷오프 대상자가 나오게 된다.
이에 따라 컷오프 대상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국민의힘은 비례대표인 서정숙·최영희 의원에게 컷오프를 통보했다. 경기 용인시병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서정숙 의원은 자신을 제치고 단수공천된 고석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자 연수원 동기라며 "공천 특권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고 지난 19일 당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컷오프 반발은 상대적으로 잠잠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의석을 얻어 현역 수 자체가 적고, 당 지도부도 '쌍특검 재표결'을 의식해 현역 컷오프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컷오프 대상인 하위 10% 평가자도 험지로 지역구를 이동한다면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반면 민주당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김영주·박용진·윤영찬 등 이재명 대표와 각을 세웠던 소위 '비명'들에 의원평가 '하위 20%'가 집중됐다는 이유다. 민주당의 경우 하위 20% 의원은 경선 시 점수에서 20%를, 10% 의원은 30%를 감산한다. 경쟁이 치열한 지역의 경우 사실상 컷오프와 다름 없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 대표의 '사천' 의혹을 제기하며 적어도 15명의 의원들이 항의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평가 기준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사당화'를 중단하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원외에서도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이 "이 대표의 혁신이 '비명'의 가죽으로 '찐명'의 가죽잠바를 만드는 것이냐"며 "(최근 공천 과정은) 혁신이 아니다. '불공정한 독식'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이 대표가 "혁신은 원래 '가죽을 벗기는 것'"이라며 반발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을 비판한 것이다.
공천 문제를 두고 집단 행동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날 4선의 홍영표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 내 일부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은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갖고 '공천 학살'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당 내 원로들도 "이 대표의 불공정한 공천에 대한 강력한 유감 표시와 공정한 공천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컷오프 대상자들의 탈당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현재 민주당계 제3정당으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신당 '새로운미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신당' 등이 존재한다. 선거법상 5명 이상의 현역 의원을 보유한 정당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와 함께 앞번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신당들이 컷오프 대상 의원들을 '스카웃'하기 위한 물밑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김종민 새로운미래 원내대표는 당 책임위원회의에서 "민주당 공천에서 '비명횡사', '찐명횡재'라는 말이 나온다"며 "희생양이 된 의원들이 각개약진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사당화와 막장 공천 맞서 진짜 민주당 정신과 힘을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미래와 함께 해달라"고 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