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위기와 부동산 전자계약

2025-02-22     최홍서 사회적협동조합 청년공동체연합 이사장
최홍서

매일일보  |  저출산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고, 정책적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사회문화적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 폐지는 언급 자체로도 패륜적 행위로 비판받지만, 전세 사기 등으로 인한 청년들의 경제적 위기는 꼼꼼히 챙겨보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게 하는 것이 인구위기를 맞은 한국사회의 현주소이다.

최근 전세 계약을 한 청년은 주위로부터 특약을 넣을 것을 여러 차례 당부받았다. 첫째, 전세자금 대출을 전제로 하며, 전세자금 대출 불가시 계약금 즉시 반환하기로 한다. 둘째, 담보권이나 전세권 등 새로운 권리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셋째, 체납 세금이 있다면 계약은 무효로 한다. 청년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계약을 하고, 보증금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특약이다. 그러나 주위의 우려와는 다르게 공인중개사는 세상 물정 모르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회초년생으로 취급한다. 임대인의 심기를 건드릴까 눈치를 본다. 결국 특약은 들어가지 못한다.  또한 공인중개사에게 국토교통부에서 권고하고,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 등의 이율을 0.1% 감면해주는 ‘전자계약’을 해달라는 말이라도 꺼내면, “한 번도 해본적 없고, 할 생각도 없으니 못한다. 숙제를 내지 마라”며 면박 받기 일쑤다.  전세금 3억에 80%인 2.4억의 0.1% 약 48만원에 전자계약시 지급하는 공인중개수수료 10만원 월 바우처까지 고려하면 58만원 가량 손해를 보는 것이다.  돈 한 푼 아쉬운 청년 살림에 사회가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청년 스스로 전자계약이 가능한 부동산업체를 찾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을 떠넘기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곳곳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에 등록되어있는 중개사무소는 4만7204곳이다. 그중 전자계약을 한 번이라도 체결한 공인중개사로 분류해보면, 그 수는 1만2812곳으로 약 4분의 1로 줄어든다.  그나마도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어, 신도시에 우순 죽순 생겼다가 사라지는 중개업체들에 사회초년생 청년들은 조금만 겁을 주면 다루기 쉬운 돈벌이의 대상이다. 모든 부동산중개업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인생 첫 계약을 하고 세상에 발을 내딛는 그 청년에게 한국 사회는 시작부터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다. 용인시의 경우 ‘청년 부동산 중개보수 감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약 230개소로 청년 임차인에게 중개보수 20%를 감면해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금액 감면만큼이나 힘이 되는 사실은 청년 임차인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준다는 사실이다.  특약을 넣을 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지도, 전자계약을 요구할 때 호통치지도 않는다. 부동산 매물은 모두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고, 다른 공인중개사에서 올렸어도 아무 손해 없이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가 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맞아, 청년을 위한 여러 공약이 제시되고 있다. 청년들이 희망을 품고 잘 살 수 있고, 아이까지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약한다. 하지만, 아직 사회문화적 인식은 그렇지 못하다. 장유유서(長幼合理)를 강조하는 유교 사회인 한국에서 청년들은 윗세대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문화 풍조부터 바뀌어야 한다. 즉, 대중교통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세대 갈라치기로 치부되어서는 안된다. 사회적 약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다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뿌리가 시든 나무는 꽃을 피울 수 없고, 시든 꽃은 다른 씨앗을 뿌릴 수 없다.  논의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청년을 계속해서 새로운 사회적 약자로 내모는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청년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기인해서라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청년을 위한 공약으로 주택공급 확대나, 저금리가 아니라 청년에 대한 사회의 인식전환이라는 키워드가 보였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청년층에 대한 사회문화 풍조의 결과는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이라는 점을 강조해본다. 최홍서 사회적협동조합 청년공동체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