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지역의료 정상화가 핵심이다

2024-02-22     매일일보
원동인

의대 정원 늘리기에 국민 다수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보건의료노조 조사에서는 10명 중 9명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의사 수 증원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버티고 있고, 이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은 이런 상황을 의아해한다. 특정 직업 종사자들이 그 종사자 숫자를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버티는 건 다른 직업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대 증원이 의대 교육의 질 저하, 나아가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 반대'를 외치고 있다.

아마도 그건 표면적인 이유일 것이다. 의사들의 평균 소득이 도시 근로자 소득의 5~6배에 이른다는 통계를 놓고 볼 때, 집단 반발의 배경에는 선민의식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은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의사가 되기 위해 10년을 공부하고 투자했으니 그 정도 소득은 당연한 게 아니냐", "이제 와서 의사를 늘려 내 소득이 줄어드는 걸 어찌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느냐" 같은 생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 사실이라면 당당하게 말하라. 문제는 돈이라고.

이번 집단행동은 공공의료의 근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 가운을 벗고 병원을 떠나겠다는 것은 환자를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환자를 볼모 삼아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행동은 의사로서 윤리적 책임을 망각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의대 증원 정책은 이미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더 많은 의사 양성은 국민의료 서비스 개선과 지역 의료 격차 해소라는 목표를 위한 필수 정책이다. 따라서 의료계는 환자를 볼모로 삼는 기득권 유지 시도를 멈춰야 한다.

논의의 초점은 의대 정원 확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방의료 확충에 맞춰져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효율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역 의사 양성을 위해 설립한 자치의과대학이 그것이다. 지자체가 6년간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하면 9년간 지역 근무를 의무화한다. 복무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받았던 장학금을 이자까지 합쳐 한 번에 토해내야 한다.

히로시마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 자치의대 졸업생의 의사 면허 취득 1년 후 지역 의무 복무 이행률은 97.5%나 됐다. 또 비수도권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의 비율은 자치의대 출신이 71.6%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이번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지역필수의사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정책을 촘촘하게 가다듬어 더 좋은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의사 부족과 원정 진료는 지역소멸을 가속화한다. 비수도권 거주민들도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 건강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