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지배주주 이익 우선시가 문제"
김기백 한투운용 팀장 "한국 금융시장 평가, 바닥 수준"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주환원 시대, 한국 주식시장의 변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 팀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국 주주가치 제고 운동의 역사를 예로 들며 한국 주식시장에 불어온 주주환원 흐름이 점차 사회적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 팀장은“한국 대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K팝‧K푸드‧K방산이라는 표현도 써가면서 수출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한국 금융시장의 평가는 바닥 수준”이라며 “핵심 원인은 기업들의 지배구조, 거버넌스 이슈”라고 지적했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해 경영진이 주주 전체의 이익보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주주들의 몫인 기업의 이익을 특정 지배주주가 독점하는 등 주주환원에 인색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팀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결국 해소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1세대 창업주의 은퇴 시기가 다가왔고, 사회적으로 주주행동주의와 주주연대가 확산하고 있으며,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 완화 등 정부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서 2020년께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한국 기업은 안 바뀐다고들 하는데 정확하게 얘기하면 1세대 창업주가 안 바뀌어서 안 바뀐 것”이라며 “기업 내부적 변화와 사회적·제도적 변화가 서로 맞물리며 서로를 자극하는 움직임은 한번 시작되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많은 다른 나라들에서도 주주환원 움직임이 시작되고 나면 그 흐름이 중간에서 멈춘 적은 없었다”며 "저PBR(주가순자산비율) 테마주 같은 관점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이 변화의 초입에 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지배주주에 유리한 상속·증여세 완화 시도가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에 갇혀 전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세금 망명’ 기업이 늘어나 기업들이 떠나고 부를 가진 사람이 떠났을 때 한국경제가 잘 될 수 있겠냐고 하면 아니라고 본다. 한국경제에 남아 고용을 해서 근로소득세가 늘어나고 기업의 매출·이익이 증가해 법인세가 늘어나는 효과가 상속·증여세 빠지는 것보다 더 클 것”이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된다면 코스피 3000 정도가 지수 하단을 떠받치는 수준이 될 거고 그 이상은 기업들의 성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근로자가 국민연금에 가입돼있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가 우상향하지 못하고 있어 자산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거버넌스가 개선된다면) 국내외 투자가 활성화돼 증권거래세도 대폭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오는 26일 발표될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선 “프로그램 하나로 한국 증시의 명운을 가르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사실은 정부가 추진하는 수많은 제도 개선 중에 하나라고 이해를 해야 하고 한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정부가 계속 제도 개선을 점진적으로 해나가고 있다는 정도로 보는 게 투자자의 맞는 태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