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 규제완화에도 힘 못 쓰는 재건축 단지

고금리·자잿값 상승에 건설사 공사비 증액 요구 잇따라 시공사 선정 유찰 사례도… 재건축 단지 집값도 하락세

2025-02-25     나광국 기자
지난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오랜 침체를 겪고 있는 시장은 큰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치솟는 공사비와 분담금으로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고,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집값마저 하락하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월 26일 반포주공1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공사비를 기존 2조6363억원에서 4조775억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존 3.3㎡당 548만원에서 4년 만에 57% 급등했다.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의 경우도 재건축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공사비 인상을 두 차례 요구했다. 2021년 평당 510만원에서 665만원으로 한 차례 인상했고, 지난해 10월 원자잿값 인상, 설계변경, 문화재 발굴 등을 이유로 평당 89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한 건수는 제도가 도입된 2019년 3건에서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점차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사비가 적정 수준 이상을 맞추지 못하면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입찰에 응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정부는 지난 1월 10일 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철폐 등 재건축 사업 규제를 풀었지만, 사업 추진에는 전혀 속도가 붙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집계를 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0월에는 28억원, 11월에는 27억8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하지만 현재 매물의 가격 평균은 26억원대로 떨어졌다. 아울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도 지난달 26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28억5600만원과 비교하면 1억86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강북 지역에서는 추가 분담금 부담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가격이 급락하는 단지들이 나타났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5단지 전용 31㎡는 지난 2021년 당시 실거래가가 8억원에 육박했지만 지난해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2일에는 절반에 가까운 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는 최근 추가 분담금이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10대책이 재건축 추진 단지에 호재인 것은 맞지만 이것이 현재 매매 시세에 당장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인허가나 안전진단 폐지 등 정책 방향보단 당장 금리와 대출, 분담금 등의 문제가 거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