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환승’ 약발 끝? 되오르는 주담대 금리
환승 시장 오픈 약 2개월 만에…은행권 최대 0.2%p↑ 금융당국 “가계부채 엄정관리, 불필요 경쟁 지양” 당부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은행권이 최근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9일 주담대 환승 서비스가 문을 열면서 시작된 일명 ‘대출환승 약발’이 끝나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담대·전세대출 대출환승 서비스 운영이 약 두 달이 지난 가운데 해당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은행들이 관련 상품 대출금리를 올렸다.
은행별로는 케이뱅크는 지난 22일부터 갈아타기 전세대출 변동금리 상품의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가 되는 신규코픽스가 지난 15일 3.84% 3.66%로 0.18%포인트 떨어졌는데 은행 마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산금리가 0.2% 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실제 대출금리가 오른 것. 지난 20일에는 아파트담보대출 갈아타기 상품의 가산금리를 0.5% 포인트 인상, 최저 금리가 연 3.79%까지 올렸다.
카카오뱅크도 일반 주담대 금리를 지난달 3.49%에서 현재 3.67%로 0.18%포인트 인상했다.
시중은행 역시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미 KB국민·신한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가산금리 0.23%포인트, 신한은행은 주담대 가산금리를 0.15~0.2%포인트, 전세대출 가산금리를 0.05~0.2%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 23일 주담대출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0.1~0.3% 포인트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영업점에 내려보냈다고 전해진다. 조정된 금리는 오는 28일부터 적용된다. 해당 대출 갈아타기 고객의 경우 조정 없이 기존 금리가 유지된다
은행들이 일제히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에 대해서 과당경쟁 우려 등을 표명, 금리 인하 경쟁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 회의’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대출수요 확대, 금리 인하기 발생할 수 있는 금융권 과당경쟁 우려 등 어려움이 있다”며 “가계부채를 엄정히 관리해 나갈 것이며 불필요한 외형 경쟁을 지양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당부에 따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2% 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준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면서 ‘역마진’ 장사 기조를 전환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채 5년물을 기준금리로 하는 혼합형 대출상품의 경우 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가산금리를 내려 ‘역마진’ 장사를 해왔다.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짐에 따라 다시 본전 찾기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갈아타기 대출 경쟁으로 원가보다 낮은 대출금리를 책정했다“며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춰 금리를 조정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 의지에도 불구하고 5대 은행들의 주담대 증가세는 예상외로 많다. 지난달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32조3251억원으로 전월(529조8921억원) 대비 0.8% 늘어났다. 한 달만에 약 3조원이 늘면서 관리가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