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토론' 앞세워 '격전지' 순회···선심성 정책에 '尹 총선 개입' 논란
용인·대전·울산·서산 등 전국 돌며 현안·정책 발표 野 "정부·여당 총선 공약 홍보…불법적 관권 선거"
2024-02-26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주요 '격전지'를 찾아 민생 관련 선심성 정책을 대거 쏟아내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선거 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용인을 시작으로 부산, 대전, 울산, 경남 창원, 충남 서산 등에서 연달아 민생토론회를 개최 중이다. 해당 지역을 겨냥한 수조원 규모 지원책이나 지역개발을 위한 규제개선책을 줄줄이 발표하는 만큼 선거 개입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후 충남 서산비행장에서 열린 '민생토론회-미래산업으로 민생 활력 넘치는 충남'에서 "전국적으로 해제되는 군사시설 보호구역 규모가 1억300만평(339㎢)이 된다"며 "이 가운데 이곳 서산 비행장 주변 지역만 4270만평(141㎢)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주민 수요를 검토해서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전과 달리 올해 부처별 신년 업무보고를 '현장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진행, 민생 관련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갈등에 직면한 후 지난달 22일 참석 예정이었던 5번째 민생토론회에 건강상 이유로 불참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민생토론회에 참석했다. 지난 1일의 경우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을 찾아 의료 개혁을 추진할 골든타임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분명히 했다. 이후 설 연휴 직후인 지난 13일 부산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16일 대전, 21일 울산, 22일 창원에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여러 정책을 내놨다. 부산에서는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 제정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 가덕도 신공항 완공 등 의지를 표명했다. 울산 방문에서는 개발제한구역(Green Belt·그린벨트)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개발제한구역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밖에 창원에서는 원전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확충 계획을 밝혔다. 올해 3조3000억원 규모의 일감과 1조원 규모의 특별 금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에는 자본시장과 산업 관련 정책 발표 등에 집중했다. 지난 1월 4일에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새해 첫 업무보고를 받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공매도 한시적 금지 등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같은 달 10일에는 경기 고양을 방문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과감하게 풀겠다고 약속했다. 15일 경기 수원시에서는 반도체 투자 확대와 신규 일자리 30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과정에서 언급한 정책을 취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를 찾아 상속세 완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의 상속세 완화 시사에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일제히 비판하자, 대통령실은 "현재 상속세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하루 만에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단순 토론회가 아닌, 지역 현안을 비롯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책 발표로 이어지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이 중 다수는 사회적으로 찬반이 나뉘거나 장기간 여론 수렴이 필요한 사안들이 포함된다. 특히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대통령이 지역을 찾아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을 남발하면서 여당에 대한 지원 사격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선거 국면에서 노골적인 정치적 행보를 거듭한다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이 방문한 도시 중 다수는 여야 격전지에 해당한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행보가 명백한 '총선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최근 지역 민생토론회를 빙자해 전국을 돌며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당장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불법적인 관권 선거, 사전 선거운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