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효성 "형제의 난 불씨 없앴다"…향후 전망은?
효성 새 지주회사 설립…'형제 독립 경영 체제' 현실화 조현준·조현상 계열 분리…"제 2 형제의 난 잠재웠다"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효성그룹이 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계획을 밝히면서 '형제 독립경영 체제'가 현실화 되고 있다. 재계 안팍에서는 효성그룹이 이번 새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계열을 분리하는 것은 책임경영 강화와 함께 10년 전 일어난 '형제의 난' 불씨를 완전히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 이사회는 최근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토요타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 분할 승인절차를 거쳐 7월 1일자로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법인인 효성신설지주의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될 예정이다.
지주회사 재편이 완성되면 현재 효성그룹 경영을 이끄는 맏형 조현준 효성 회장은 섬유와 중공업, 건설 등을,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첨단소재 부문을 각각 전담하며 책임 경영을 수행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효성이 계열 분리를 통해 책임 경영을 강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다양한 신사업과 인수합병 기회를 모색해 위기 돌파와 함께 성장성을 높여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효성은 지난 2018년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조석래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형제 경영을 이끌어왔다. 조석래 명예회장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섬유 등 전통 사업 영역에서,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이 산업용 소재 부문에서 독자적으로 경영 활동을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계열 분리를 통해 그룹을 '형제 독립 경영'하는 체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재계에서는 이번 효성그룹의 계열 분리가 '형제의 난'의 불씨를 미리 없애버린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 전환 당시 조현준 회장의 지분은 14.27%, 조현상 부회장은 12.21%로 2.06%포인트(p) 차이였다. 그러나 현재 지분 차이는 조현준 회장이 21.94%, 조현상 부회장은 21.42%로 0.52%p밖에 차이나지 않아 경영권 분쟁 불씨가 언제든지 살아날 가능성이 존재했다.
지난 2014년 조석래 명예회장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장남인 조현준 회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후 경영권 분쟁이 점화됐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이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그룹에 작지 않은 충격을 남겼다. 여기에 더해 삼남인 조현상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다면 그룹 내 혼란은 더욱 심화될 뿐만 아니라 그룹 존재 여부가 갈릴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현재 효성 지분 10.14%를 보유한 조석래 명예회장도 형제 독립경영 체제로 가는 흐름을 고려하면 특정인에게 지분을 몰아주기보다 균등 배분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향후 존속·신설 지주회사가 각자 이사진을 꾸린 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서로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완전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이번 효성그룹 지주회사 재편과 관련해 큰 틀에서는 각 회사의 책임 경영이 중점이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미래 일어날 수 있는 경영권 분쟁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복합 불황과 전쟁, 통화긴축, 공급망 위기 등 급변하는 정세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신설 지주회사 주축으로 글로벌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면서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성장기회를 확보해 간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