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4년 전과 180도 달라진 여야 의대증원 입장

여야,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2020년 8월에는 정반대 입장 현재 국힘 "2000명 확대" vs 민주 "400~500명 적정" 팽팽

2024-02-27     염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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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개혁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 중 의대 정원 확대는 지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시절 추진했던 정책이지만, 야당으로 입장이 바뀐 뒤에는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내며 대립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경우 여론을 등에 업고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400명 증원 방안을 크게 웃도는 대규모 증원을 강행하면서 실질적 추진 의지와 무관한 '총선용 포퓰리즘'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양당 모두 의대 증원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정원 확대 수와 공공의료 등에 대해서는 줄곧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은 의료 개혁과 관련해 대규모 의대 증원이 선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안을 관철시킨 뒤 지역 의대 신설 등에 나서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원 확대가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며 "지방 의료를 되살리는 것 그리고 소아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를 되살리는 것도 일단 의사 숫자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인 400~500명 증원과 함께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등 필수·공공의료에 대한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의 의대 증원 확대 방침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도 "단순히 의대 정원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는 필수 공공 지역의료 기반 확충을 위한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의료 개혁과 관련한 여야 견해 차이는 2020년 당시와 정확히 엇갈린다. 2020년 8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하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파업 중인 의료계를 두둔한 바 있다. 당시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코로나19 종식 전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도 마찬가지. 안 의원은 국민의당 대표 시절 문 정부가 추진하려던 공공 의대 설립 등에 반대하며 파업 중인 의료계를 두둔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의료 개혁을 추진하자 "의대 정원 문제는 필요한 의료 인력의 확대 규모를 정교하게 제시해야 한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도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된다"며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의료 개혁 추진 주체가 뒤바뀐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이견을 넘어 대립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지난 26일 인천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격하게 2000명을 주장했다가 물러서는 척하면서 400~500명 선으로 적절히 타협하면서 마치 큰 성과 낸 것처럼 만들겠다, 소위 ‘정치쇼’를 하겠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재옥 원내대표는 같은 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음모론을 연일 주장하는 것은 ‘친명 횡재, 비명 횡사’ 공천으로부터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정부는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며, 의료계 집단행동 철회 데드라인을 내건 상황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 생명이 무엇보다 앞에 있다는 의료인으로서 사명을 다시 한번 되새겨 달라"며 "29일까지 전공의분들이 병원으로 돌아와 준다면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