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율 반등 '치트키'로 부상한 의대정원 확대

의사 단체 선민의식·대안 부재에…국민 76% "증원 찬성" "의료개혁 타협 안해" 尹 지지율, 8개월 만에 40%대 진입 총선 앞 강경 태도 지속 전망…의료계 "강제 아닌 설득 필요"

2024-02-27     이설아 기자
민주노총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정부가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하는 등 '의대 정원 확대'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의대 증원 찬성 의견이 76%에 육박하는 등 국민 여론이 편중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졸속 정책'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지만, 의사 단체들의 '대안 없는 거부'에 대한 비토 정서가 이유로 꼽힌다. 이러한 여론 흐름에 힘 입어 정부·여당의 지지율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면서 "의료개혁은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 사법절차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전공의들은 정부가 2025학년부터 의과대학의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증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를 반대하며 집단 사직 등으로 파업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불가피한 의료 사고에 대한 의사들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료 사고 처리 특례법'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 계획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히 선을 긋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강경 기조는 국민 여론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23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대해 응답자 중 무려 76%가 '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반대' 입장은 19%에 그쳤고, 정부·여당에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찬성'은 66%에 달했다.

국민 여론이 이렇게 기울어진 까닭은 의사 집단의 연이은 '선민의식' 발언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최근 의사 단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인권 감수성과 동떨어진 발언들을 내뱉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 8일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비수도권 지역 인재 중심의 의대 증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대 서열화를 공고히 하는 개악"이라며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민도"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서울시의사회 궐기대회 무대에 오른 한 전공의는 "제가 없으면 환자도 없고, 당장 저를 지켜내는 것도 사명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권위적 발언들의 큰 국민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의사 단체가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비판의 한 축을 담당한다. 물론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한 이후 실제 병원에 전문의 고용을 확대하는 등의 계획이 부재해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은 어느 정도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지역의사제 등을 비롯한 대안이 병행돼야 한다며 정부에 의료 정책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의대 증원 계획 전면 철회 및 의사 증원 규모 검토 기구 설치 등의 주장은, 2006년부터 19년간 정원이 동결된 상황에서 시의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역 의료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 해결 방안에 있어서도 의사 단체는 '수가 제도 손질'과 같이 공감대가 낮고 정치적 해결이 어려운 대안만을 고수 중이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강경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면허 취소 등의 초강수까지 검토한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반등했다. 19~23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남녀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 결과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4%p 오른 41.9%로 8개월 만에 40%대로 치솟았다. '의료개혁'이 일종의 '지지율 치트키'로 작용한 것이다.

이에 의료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태도에 우려를 표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진행 전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의 강경 대응은) 잠재적인 범죄자나 피의자에게나 하는 것"이라며 "국내 의료를 받치고 있는 전공의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당한 대접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이를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에 의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한편 인용된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여론조사는 100% 무선 전화 면접에 응답률 11.8%, 오차범위 95%에 신뢰수준 ±3.1%p이다. 대통령 국정평가의 경우 무선(97%)·유선(3%) ARS 조사에 응답률 3.7%, 오차범위 95%에 신뢰수준 ±2.0%다. 그 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