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니켈·리튬 가격 하락세…산업계, 광물 공급망 강화 최적기
현대차, 中기업과 수산화리튬 계약…고려아연 지분 투자로 니켈 공급망 강화 포스코, 아르헨 리튬·인니 니켈 공장 건설…포스코인터, 아프리카 흑연 확보 LG엔솔·삼성SDI·SK온·LG화학, 광물 공급망 구축…LX인터 인니 니켈광산 투자
2024-02-27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리튬·니켈 등 배터리 핵심광물 가격 하락세는 광물 채굴업체와의 협상에서 국내 기업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LG화학, LX인터내셔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광물 공급망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 등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전 세계 광물 채굴업체들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90% 가까이 폭락했고, 니켈 가격도 50% 가량 하락했다. 글로벌 1위 리튬생산 기업 알버말은 13억달러(1조7300억원) 규모의 리튬 가공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광물 보존자원이 전혀 없는 국내 기업들에 투자 적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기화(化) 등 친환경 사업 전환에 따른 광물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위원회는 2030년까지 구리와 니켈의 수요 대비 공급이 약 10~15%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광물 확보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리튬 생산업체 간펑리튬과 수산화리튬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주원료다. 또한 중국 성산리튬에너지와 수산화리튬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 현직임원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니켈 공급망 협력을 위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한 바 있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고려아연이 가공한 니켈을 공급받는다. 포스코그룹은 친환경 철강, 전기차 배터리 관련 광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광석 리튬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이차전지소재용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연산 2만5000t 규모 아르헨티나 수산화리튬 1공장도 올해 상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 공장은 2025년 준공이 목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마다가스카르에서 각각 연 6만t과 3만t의 천연 흑연 공급망을 구축했다. 최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포스코인터를 찾아 “포스코인터와 같은 종합상사는 광범위한 해외네트워크와 독보적인 무역 역량, 트레이딩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며 주목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핵심광물 확보에 분주하다. LG엔솔은 호주 리튬 생산 업체 WesCEF와 리튬 정광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로 수산화리튬 및 탄산리튬의 원료다. 삼성SDI도 지난달 니켈 광산 개발 기업 캐나다니켈에 1850만 달러(약 245억원)를 투자해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이 투자로 삼성SDI는 니켈 생산량 10%를 확보, 15년간 니켈 생산량 20%를 추가로 공급받게 됐다. SK온은 최근 미국 음극재 파트너사인 웨스트워터와 천연 흑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은 웨스트워터에서 정제한 흑연으로 만든 음극재를 개발 중인 배터리에 적용할 계획이다. 웨스트워터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생산한 천연 흑연을 SK온 미국 공장에 공급한다. LG화학은 모로코에서 화유그룹 산하 화유코발트와 리튬 컨버전 플랜트 사업을 추진한다. 컨버전 플랜트란 리튬 정광에서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을 추출하는 시설이다. 모로코 리튬 컨버전 플랜트는 2025년까지 연산 5만2000t의 리튬 양산 체제를 마련하고, 모로코 LFP 공장에 리튬을 공급한다. LX인터내셔널은 최근 인도네시아 AKP광산 경영권을 확보했다. AKP광산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모로왈리 산업단지 인근에 있는 니켈 광산으로, 여의도(290ha)의 7배에 달한다. 이 광산의 원광 기준 매장 자원량은 5140만톤이며, 이 중 검증된 가채광량은 3600만톤에 이른다. 이는 전기차 700만대분에 해당하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LX인터내셔널은 생산된 물량 전량에 대한 인수 권한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