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광물이 국가 경쟁력…세계 '자원민족주의' 확대

‘니켈 부국’ 인도네시아 '자원민족주의' 이어 '리툼 삼각지대' 남미 3국, 리튬 사업 국유화

2025-02-27     이찬우 기자
배터리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전기차 전환 등으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에 대한 수요가 폭등하면서 여러 자원국들이 이를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 핵심광물 보유국들이 ‘자원민족주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자원민족주의란 '자원(resource)'과 '민족주의(nationalism)'의 합성어다. 지하자원 등의 천연자원을 소유한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이념인 민족주의를 이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전 중동국가들이 일으킨 ‘석유파동’이 대표적인 자원민족주의 사례다.

이전에 석유였다면 이제는 니켈, 리튬 등 배터리 광물이 자원민족주의의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 남미 등 풍부한 광물을 보유한 나라들이 신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대표적인 천연자원 부국이다. 특히 이차전지의 핵심 재료인 니켈이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많다. 세계금속통계국(WBM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세계 니켈의 약 21%인 2100만 톤을 보유하고 있다.

이차전지 수요 급증으로 니켈의 인기가 폭발하자 인도네시아는 2019년 니켈 수출을 금지하는 등 보수적인 정책을 실시했다. 원자재만 수출하던 이전 정책에서 벗어나 가공과 완제품까지 생산하겠다 목표다.

게다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자원 민족주의 강화’를 외친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사실상 당선되면서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원민족주의는 ‘리튬 삼각지대’라 불리는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리튬 삼각지대 3국엔 세계 리튬의 70%가량이 매장돼 있다.

3국은 자국 리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유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칠레는 국유화를 선언한데 이어 민관합작 기업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고, 볼리비아는 2008년부터 리튬을 국유화했다. 아르헨티나도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기업들의 채굴권을 중단시켰다.

또한 남미 국가들은은 강력한 리튬 매장량을 무기로 ‘리튬 동맹’도 맺었다. 칠레 정부와 아르헨티나 정부는 리튬과 솔트플랫을 연구하는 실무 그룹을 설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남미 국가들은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슷한 성격을 띈 '리튬판 OPEC'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남미 국가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한국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특히 리튬 공정 점유율을 중국이 약 70% 차지하면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