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덮친 '우크라 파병 검토설'···서방 '부인'·러 '경고'
마크롱 "파병 배제 안 해" 발언 불씨···서방 황급히 '진화' 우크라 "파병 검토는 좋은 일···유럽 위험 인식 보여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유럽이 때아닌 '우크라이나 본토 파병 검토설'에 휩싸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다. 러시아는 유럽이 군대를 파병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직접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서방은 파병 계획은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벌일 경우 대화는 나토와 러시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후 우크라이나 지상군 파병이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파병 논의를 '매우 중요한 새로운 요소'라고 의미 부여하며 "이는 그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그들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의 말처럼, 나토로 대표되는 서방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낼 경우 러시아와의 전면전은 불가피하다. 그럴 경우 전쟁이 종식되기는커녕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확전 양상을 띨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확전 우려 속에 나토와 유럽 일부 국가는 파병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AP 통신에 "우크라이나에 나토 동맹의 전투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그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할 권리가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부대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전투 병력이 아닌 훈련 등 다른 목적을 위한 대(對)우크라이나 파병이 가능할지 질문받자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보내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은 (그것을)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고 답했다.
미국이 파병에 명확히 선을 긋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와의 안보 동맹 체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와 직접 충돌할 경우 미국이 감내할 위험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것도 미국이 참전을 꺼리는 이유로 분석된다. 일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도 파병에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는 파병설을 반기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파병이 이뤄진다면) 좋은 일"이라며 "이는 무엇보다 군사주의적이고 공격적인 러시아가 유럽에 가하는 위험에 대한 절대적인 인식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