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제 후구상' 전세사기특별법, 29일 野 단독 통과 전망
'과잉 입법' 與 주장에 정쟁 불가피 실거주 의무 유예안 등도 통과 예정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오는 4.10 총선을 앞두고 '민생 법안' 처리가 가능한 사실상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29일 열린다. 이날 국회에서는 '선(先) 구제 후(後) 구상권 청구'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해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 등이 통과될 전망이다. 다만 전세사기특별법에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어 여야 정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29일 본회의는 선거구 획정안을 비롯해 여야 갈등이 첨예한 안건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은 연기됐지만, 여당이 반대하는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해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것으로 보이며 정쟁 심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들을 우선 구제해주고,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임차보증금 한도를 현행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는 임차인에 외국인 역시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야당은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가 시급하기 때문에 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여당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잉 입법'이라며 이를 반대한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위에서 특별법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표결 직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의 도 넘은 입법 폭주가 21대 국회 마지막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선구제 후구상'을 실질적 지원책이라고 호도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에 법안 통과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6석으로 제3당을 차지한 녹색정의당도 국민의힘에 특별법 통과 참여를 촉구했다. 이날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취임 인사를 위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지금 제일의 민생 문제가 전세사기 피해"라며 "내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동참해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가 시작되는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 역시 통과될 예정이다. 본디 실거주 의무는 갭투자자가 아닌 실거주자만 분양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로 투기 방지를 위해 규정됐으나, 분양 시장이 냉각되며 지난 2022년 말 의무 조항 폐지가 거론됐다. 이에 야당이 투기 수요 자극을 우려하며 반대해 주택법 개정안은 국토위에 1년 넘게 계류됐다. 그러나 지난 27일 여야가 세부 의견 합의에 성공하며 이번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게 됐다.
또 방산 업계가 지속해 통과를 요구했던 수출입은행법 개정안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수은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자본이 필요한 방산 업계의 경우 금융 지원 한도를 높여달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특히 지난 2022년 우리나라가 폴란드와 맺은 방산 계약은 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 당시 지원 한도에 도달해 추가 계약을 위해서는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수은법 개정안이 29일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이 탄탄해져 중소·중견기업 수출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법안 통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