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법이 낳은 ‘반쪽 규제’ 부작용, ‘가맹사업법’서 재현되나
2025-03-03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가맹사업자단체 등록제 및 협의개시의무(이하 가맹사업법)’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계가 연일 떠들썩하다.
일각에선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이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표심을 의식한 ‘표풀리즘 입법’의 일종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법적 지위를 부여받고, 등록된 단체가 본사에 협의를 요청했을 때 가맹본부가 응하지 않을 시 공정위가 시정조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번 개정안이 기존 법률과 다른 점은 협의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가맹본부가 시정조치로 법적 처벌과 공표명령을 받고, 지속적 불이행 시 공정위로부터 형사고발될 수 있단 것이다. 사실상 자영업자에게 노조권을 부여하는 법안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간 중견‧대기업 규모의 본사와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 간의 계약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특성상, 프랜차이즈업계는 유독 ‘갑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를 때가 많았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단 점에선 업계 안팎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동시에 시장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과잉 규제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업계는 영세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1만1000여개 브랜드, 33만개 가맹점으로 구성돼, 공정위가 일일히 검증하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거기다 가맹점사업자단체는 구성, 행위 등 모든 부문에서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다. 복수 가맹점사업자단체 난립, 통일성 저해, 부당한 경영간섭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복수의 점주단체와의 협상의무로 인해 가맹점주 간에도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정 가맹점사업자단체와 가맹본부 간 체결된 합의의 경우, 미가입 또는 타 단체 가입 가맹점사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가맹본부의 불필요한 인력 및 시간의 낭비가 극심해지고 비용 부담 증대될 수 있단 설명이다. 그간 상생이란 명목 하에, 일방적으로 한 쪽의 성장을 억압하는 제도로 우리 산업계는 크고 작은 부작용을 겪어왔다. 유통업계서 가장 대표적으로 꼽히는 예시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다. 유통법은 대형마트·전통시장·골목상권의 상생발전과 유통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취지로, 대형마트는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도록 규제한 법안이다. 여기에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는데, 공휴일 휴무가 원칙이다. 영업 제한 시간과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골목상권 보호’란 도입 취지와 달리, 오히려 이커머스의 배만 불리고 국민 불편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요 수익 일자 영업권 상실, 불명확한 기준에 따른 정상적 경영권 침해 등 한 쪽의 일방적이고 치명적인 피해가 분명한 법안이 과연 ‘상생’의 행보로 보여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유통법으로 한 차례 시대착오 규제에 대한 홍역을 겪었던 정부와 산업계가 또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탄탄한 소통이 밑받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