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목소리 내는 한의사·약사·간호사… 입지 좁아지는 의사들
한의협 “필수의료에 한의사 참여하도록 해야” 약준모 “의약품 재처방 수요 축소 위해 약사 활용해야”
2025-03-03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반대하며 의료 현장을 떠난 가운데, 한의사·약사·간호사 단체가 의료공백을 막겠다며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양의계의 집단행동을 비이성적이라 비판하며, 정부를 향해 한의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하고 1차의료(필수의료) 참여를 촉구했다. 한의협은 최근 “현재 예상치 못한 의료공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응급의약품 종별제한을 없애 의료인인 한의사가 이를 활용하도록 하고, 기본적인 예방접종을 한의원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인 직역간 불필요한 장벽을 낮추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부 약사 단체는 이번 사태에 약사들이 의료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의사 단체의 '습관성 파업'을 비판하며,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20년 의대증원-공공의대 설립과 2023년 간호법 제정에 반발해 의사단체가 파업 선언을 한 바 있다, 약준모는 "정부는 경질환 환자와 만성질환자의 의약품 재처방 수요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인 약사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만성질환자에 대한 처방전 재사용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의약품에 대한 약사의 처방권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처방전 독점 권한을 악용하는 의사들의 행패를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간호사 단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을 지지하며, 최근 통과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중 일부를 맡겼다. 시범사업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시행하는 것으로, 간호사가 의료기관 내에서 이뤄지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이들의 업무 범위는 의료기관의 장이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간호부서장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다. 그동안 암암리에 행해져오던 행위를 정부가 공식 승인하면서, 의사의 권한이 축소된 셈이다. 현재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만 일시적으로 허용된 상태나, 향후 의사들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한의계 및 약사계의 요청도 정부가 고려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의료계는 그동안 타 업계가 업무영역을 침범하는 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기 때문이다. 앞서 일부 의사 단체는 한의계가 초음파, 뇌파계 등 첨단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반발하며, 진단기기업체에 한의사와의 거래 중지를 강요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공정위와 대법원의 한의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양의계의 불만이 나왔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에도, 약사의 권한 확대에 의사들은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다만 정부는 한의사와 약사의 업무범위 확대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의협은 “정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원만히 수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의사와 약사의 직역 범위를 조정해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한의사·약사 업무범위 확대 검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실에서도 보도 해명자료가 나간 걸로 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