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선정한 우수소상공인 성공이야기③] 막걸리 한 잔에 담긴 진심, 전통주에 지역 특색을 담다
만수주조영농조합법인
인삼의 고장에서 빛어낸 우리 술…전통주 제조부터 체험 교육까지, 전통주의 매력을 알리다
2025-03-03 조용국 기자
매일일보 = 조용국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인삼 재배지로 알려진 영주. 1541년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이 영주 풍기읍 임실마을에 삼산 종자를 재배한 것이 가삼(家蔘)*의 효시가 되어 현재까지 인삼 재배가 이어지고 있다.
영남과 호남 지방의 경계를 나누는 소백산맥이 위치한 영주에서 재배되는 인삼은 고유의 향이 짙고 강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다.
영주의 특산품인 인삼은 밭에서 캐낸 자연 상태인 수삼, 수삼의 표피를 벗겨 말린 백삼, 수삼을 증기로 찐 뒤 말린 홍삼 총 세 가지로 구분된다.
국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이 홍삼이다. 영주에는 홍삼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만수주조영농조합법인이다.
영주에 터를 잡은 만수주조영농조합법인은 2010년부터 꾸준히 막걸리를 개발, 현재 풍기홍삼막걸리와 영주Y막걸리를 출시해 제조·유통하고 있다. 또한 막걸리를 직접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발효체험학교 ‘띄움’도 함께 운영하며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 가삼(家蔘) : 자연산이 아닌 집에서 키운 삼
만수주조영농조합법인의 이보영 대표는 부친의 부탁 전에는 술을 빚는 일을 업으로 삼겠다고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유통업에 몸담았던 부친의 권유에서 시작됐다. 50년간 유통업에 몸담았던 그의 부친은 막걸리를 유통하게 되면서 양조장 설립의 꿈을 키웠다. 식품 관련 과를 전공했으니 딸과 사위가 양조장을 함께 꾸려주면 잘 될 것 같다고 희망찬 꿈을 키우는 아버지에게 단호하게 노!를 외칠 수 없었다고. 부친의 오랜 꿈을 이뤄보자 싶어 경영을 맡게 됐다.
물이 차오른다는 뜻의 부친 호인 ‘만수(滿洙)’를 따와 만수주조영농조합법인이 설립됐다. 운명처럼 시작된 전통주 사업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홍삼이 특산품인 영주에서는 홍삼막걸리를 특별한 상품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신생 양조장이 포화 상태인 전통주 시장에서 제품을 제조하고 유통해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통주 사업에 당차게 뛰어든 지 3년, 진전없는 시간과 기다림에 지쳐가던 이보영 대표에게 뜻밖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만수주조영농조합법인의 막걸리 2종이 모두 수상한 것이다.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는 우리 술의 품질 향상을 위해 매년 우수 제품을 선정하는데, 전국의 특색 있고 품질 좋은 전통주들이 모이는 자리로 각 지자체마다 출품할 수 있는 전통주 수가 정해져 있어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출품하기조차 힘든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이 대표가 개발한 막걸리 2종은 경북을 넘어 전국에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살균 막걸리 부문 ‘최우수상’, 생 막걸리 부문 ‘장려상’이라는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를 회상하며 이보영 대표는 “수상했을 때 그동안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동시에 ‘지금 내가 걷는 길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확신도 들었죠. 전통주 페스티벌, 지역 축제에서 시음한 분들은 무조건 저희 막걸리 한 병을 손에 쥐고 갔어요. 양조장을 활용해서 막걸리를 더 알릴 수 있는 방향이 없을까 하던 차에 우연히 창조관광공모전을 알게 됐고, 사업 계획서가 통과해 지금의 발효체험학교 ‘띄움’이 설립됐습니다.”라고 전했다.
사람들이 모여 문화를 빚는 양조장이 되기를 양조장 옆에 위치한 발효체험학교 ‘띄움’은 체험과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발효주에 대한 지식을 전하고, 우리 술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막걸리 만들기 체험, 누룩 쿠키·누룩 피자 만들기 등 양조장의 성격을 반영한 색다른 체험이 가능해 일반인, 외국인, 학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개인 체험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예약이 가득 차 막걸리 키트 개발과 온라인 수업도 병행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고. 막걸리 만들기를 처음 경험한 사람들은 나날이 갈수록 술의 향과 모습이 변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전통주 체험의 매력으로 꼽는다.
‘띄움’의 인기로 정신없이 바빴던 와중에도 이보영 대표는 지역아동센터,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무료 체험을 제공하며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 그는 사업이 성장하려면 개인 능력뿐만 아니라 지역민, 관광객, 지역의 유기적인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제품을 알리고, 전통주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지역의 활성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면 관광, 문화 등 다방면으로 즐길 수 있는 지역의 자원이 풍부해야겠죠. 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여행사와 협력해 영주 지역 관광상품을 만들고, 2022년에는 전통주 체험관광 문화 콘텐츠 브랜드 ‘SULSUL SOLSOL’을 개발했어요. 음악 콘서트,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 공연은 물론 누구나 오갈 수 있는 책방도 있죠. 저희 양조장이 막걸리뿐만 아니라 누구나 둘러보고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지난해 경상북도에서 주관하는 행복점포 사업으로 오래된 양조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만수주조영농조합법인. 올해에는 기본 베이스인 쌀과 영주 특산물인 홍삼, 사과를 재료로 한 증류주 제조를 계획 중이라는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