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⑬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투자 선구안 지닌 전략가…적극적인 '스킨십 경영'도 눈길 업계 첫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시도…사업 투명성으로 신뢰 구축 '위믹스 상장폐지' 위기 정면돌파…1년 만에 극적 반등 일궈내

2025-03-05     이태민 기자
장현국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산업이 성장하려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이용자를 확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며 신시장 진출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잖다. 결국 체계적인 전략과 끈기로 무장해야 시장 선점 경쟁에서 살아남는 시대다. 어느덧 10년째 위메이드를 이끌고 있는 장현국 대표의 ‘뚝심 경영’이 주목받는 이유다.

장현국 대표는 게임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블록체인 게임'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개척하고 있다. 주식·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장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행보와 블록체인에 대한 신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명확한 질서가 없는 블록체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래 ‘책임경영’을 몸소 실천하며 투자자와의 신뢰를 쌓아 나가고 있다. 장현국 대표는 1996년 넥슨에 입사하며 게임업계와 인연을 맺은 베테랑 기업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 석사를 마쳤다. 2000년에는 네오위즈게임즈 전략기획그룹 재무그룹장, 2008년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쳐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으며 2011년 네오위즈모바일 대표로 활동했다. 2013년 위메이드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듬해인 2014년부터 10년째 위메이드의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만큼 회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 대표는 이른바 ‘투자의 귀재’로 통한다. 잠재력이 높은 소규모 개발사에 지분 투자해 대규모 차익을 거두는 등 투자 성공 사례가 이어지면서다. 그 비결은 장 대표의 투자철학에 있다. 그는 '친구 같은 장기투자'를 지향한다. 역량이 검증돼 있고 알아서 잘 할 수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차원에서 투자한 후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좋은 사업계획에 투자하되 현금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재무적으로 건강한 투자’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장 대표는 넥슨, 네오위즈 등 굵직한 게임사를 거치며 다양한 네트워크글 구축한 잔뼈 굵은 인물"이라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소규모 업체라도 신속하고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승부사적 기질 탓에 장 대표는 세간에 치밀한 성격의 전략가로 알려져 있지만, 업계에서는 ‘소통 전문가’로도 꼽힌다. 평소 쉬운 단어와 부드러운 화법으로 임직원들에게 친구처럼 부담 없이 대화하는 한편, 사내외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회사의 입장과 전망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게임사, 언론과의 '스킨십'도 굉장히 적극적이다. 그는 주주총회, 미디어 간담회, 유튜브 라이브 등 다양한 창구를 활용해 소통에 나서고 있다. 학부 시절 경영학 전공 수업에서 배운 기본 원칙들을 토대로 현장에서 답을 찾는 장 대표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며 그의 비전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린다는 평가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회사 발전 방향과 청사진을 공유하고,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며 "위믹스를 비롯한 각종 사업에 대한 장 대표의 확신을 보여줌과 동시에 구성원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장치"라고 말했다. 물론 장 대표에게도 시련이 없진 않았다. 지난 2022년 5개 거래소로부터 위믹스 상장폐지를 통보받으며 한 차례 위기를 겪은 것. 당시 주요 거래소에 재상장되긴 힘들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지만, 장 대표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특유의 소통 방식으로 위메이드의 게임사업과 '위믹스'를 둘러싼 우려와 루머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그 속에는 블록체인과 게임의 접점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 연결고리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 결과 2개월 만에 닥사 소속인 코인원에 '깜짝 재상장'하면서 위믹스는 다시 국내 시장 활로를 찾게 됐다. 장현국 대표의 뚝심과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장 대표는 올해 ‘내실 다지기’와 ‘성과 굳히기’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 버전을 비롯한 다수의 신작 출시와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으로 성과 레벨을 높이는 한편 비용 효율화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진출을 통한 시장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우선 ‘미르’ 지적재산(IP)을 중국에 순차 공개하며 매출 규모를 조 단위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중동 블록체인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두바이 상공회의소와 블록체인 사업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이노베이션 허브에 위믹스 플레이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최근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게임 부문이 회사 규모의 성장을 이끌어간다면 블록체인 부문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확인시켜주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투자의 결실을 보는 한 해로 흑자 전환하는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